역올레, 올레길을 거꾸로 걷기를 한 번 해 볼까? 오늘 하루종일 쉬다. 지난 3일 걷느라 지친 몸과 발을 최대한 아무 것도 안 하고 쉬게 하고 있다... 그래도 온라인이 좋은 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오늘은 손을 좀 고생시켜 볼까... 여행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이 뭘까... 아마도 대부분 사진이라고 할텐데... 나도 와서 보면 사진으로 지난 시간을 기억한다. 그래서 오늘은 일단 사진을 보면서 지난 며칠 간 올레길 추억을 정리해 본다... 사진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 찍은 그 순간을 제대로 기록해 두지 않으면 기억과 함께 흐릿해 져 간다... 그러다가 보면 사실을 찍은 것도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게 되고... 그냥 같이 나눌 수 있는 기억과 사진을 찾아본다...
올레 기간 중 정리해 본 4코스 다음 5코스와 6코스... 우선 5코스부터.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아주 아름다운 코스라고 생각된다. 여기서도 해병대 도움으로 길을 많이 되 살린 것 같다. 걸어보니까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평소 그냥 차를 타고 관광지를 다녔거나, 아니면 숙소에서 그냥 산책로 조금 걸으면서 본 풍광으로는 비교하기 어렵다. 날씨가 너무 맑고 더웠다. 지난 첫 번째 올레에서 짧은 팔 옷에 고생을 해서 오늘은 아예 긴팔 옷을 입고 걸었더니 더 덮다. 그래도 온 팔이 타서 나중에 힘든 것보다는 괜찮을 것 같아, 그냥 고생을 했다. 그래서 자주 만나는 숲길이 참 좋았다. 휴가철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서귀포시가 가까워서, 아니면 주말이 가까워서그럴까... 어제 4코스와는 달리 오늘은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올레가 제주에 미친 영향이 어떨까 궁금하다. 지난 번 버지니아테크 학생이 박사학위 논문 쓴다고 하면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긍정적이기를 바란다. 나도 올레 길을 걷는 사람 중 하나이고, 그것 때문에 휴가 3일을 제주에서 걸으며 보내는 것이니까 말이다. 5코스를 시작한다.
일출봉이 아스라이 보이는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 산책길을 지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오감을 활짝 열고 걷는 바당올레와 마을올레다. 키가 훌쩍 큰 동백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마을 풍경이 멋스럽다. 남원읍과 해병대 93대대의 도움을 받아 사라지고 묻히고 끊어진 바당올레길 세 곳을 복원했다. 덕분에 난대 식물이 울창한 숲을 지나서 바다로 나가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코스 경로(총 15km, 5~6시간)
남원포구 - 큰엉 경승지 산책로 - 신그물 - 동백나무 군락지 - 위미항 조배머들코지 - 넙빌레 - 공천포 검은모래사장 - 망장포구 - 예촌망 - 효돈천 - 쇠소깍
어제 비가 제법 오셨는데, 오늘은 아침에 좀 흐리기만 하더니 하루종일 쨍쨍한 날이다. 오늘은 8월 13일 목요일이다.
* 남원읍내 숙소를 나서니 하늘에서 아침 햇살이 바다로 꽂히고 있었다... 그렇게 하늘과 바다도 아침에 서로 만나고 있는가 보다. 나도 이제 바다를, 하늘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 남원포구 아침 하늘...
* 남원포구 앞 해변도로에는 이렇게 남사랑이라는 단체 회원들이 붙여 놓은 시나 글씨 판이 죽 이어져 있다. 직접 쓴 것도 있고, 시인의 시를 옮겨 적은 것도 있다... 길을 걸으며 시를 읽는 재미도 새롭다...
* 아침 바다 모습... 햇살에 바다가 반짝인다.
* 잠시 길을 벗어나면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바위와 만나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부서지는 파도는 바위를 어루만진다.
* 큰엉... 바닷가 바위에 난 큰 구멍을 말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도 오랜 시간 바위와 바다가 서로 만나 부딪치면서 생긴 것이리라... 지금도 수 천 수 만 년 전과 같이 부딪치고 부서지고 물러났다가 다시 와서 부딪치고 부서지고 있으니...
* 그냥 바다 풍경... 땅 위 나무와 어울려 또 다른 바다 모습을 보여준다.
* 해변은 온통 감태를 채취하고 말리는 작업으로 가득했다. 꽤 가격이 나가는 해조류라고 한다. 길 위에 차 대신 감태가 널려 있어 다행이고 반갑기도 하다... 또 가득한 감태 사이로 파란 화살표가 반갑다.
* 날이 꽤 더웠다... 마침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수박을 파는 차를 만났다. 부부가 차에 수박을 싣고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팔고 있다. 차를 세워 아주 작은 수박 하나를 샀다. 3천원... 남들은 큰 수박을 찾겠지만 길을 걷는 나로서는 들고 갈 수도 없고.. 반으로 쪼개고 한 쪽은 먹기 좋게 칼집을 내 주셨다. 너무도 달고 맛있다... 문제는 먹고 남은 쓰레기와 남은 반쪽... 둘 다 지고 한 참을 걸었다. 맛있게 먹고 난 후의 고생은 그래도 할 만 하다...
* 역시 곳곳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그런데 그 잡은 고기를 맛 보지 못했다...
* 위미 어디쯤인가... 빨간 고추를 말리고 있다...
* 부러지고 뽑혀서 생명을 다한 나무 뿌리... 바닷가에 버려져 있다.
* 꽃은 하늘을 위해 피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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