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 살아 계실 때에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그래도 권 선생님 책은 나도 여러 책을 여러 번 읽었다. 평생 스스로를 낮추고 외롭고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 살아가셨고, 그런 삶을 동화에 담아 내신 선생님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 마음 속에 그리움이자 희망이자 용기이고, 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길을 보여주시는 등불이 되고 있다. <몽실언니>나 <강아지똥>을 비롯해서 선생이 남기신 동화 뿐 아니라 살아오신 그 모습 그대로가 하나의 동화가 되셨다. 그런 권 선생님께서는 2007년 5월 이 세상에 많은 꿈과 희망을 남기고 다른 세상으로 가셨다.
그런 권 선생님을 나는 지난 15일 안동 간 길에 잠깐 만났다. 올해 초 설립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을 방문했다. 그 재단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계신 안상학 시인을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재단은 안동시청 맞은 편에 있다. 재단 문 위에는 나무 현판이 하나 걸려 있는데, 그 글씨는 판화가 류연복 씨가 권 선생님 유언장과 소설 <한티재 하늘> 원고에서 집자한 것을 판각한 것이라고 한다. 붉은 색 민들레 씨앗은 재단이 내세운 표어인 "세상 모든 강아지똥에게 민들레 씨앗을"을 상징한다고 한다.그 재단 사무실에는 교실 하나 정도 크기의 아담한 유품전시관이 있다. 그 전시관을 둘러봤다. 내 일상이 부끄럽다. 전시관에는 권 선생님 사진이나 책, 원고, 여러 가지 물건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마음이 강렬하게 끌리는 것은 최병수 화백이 영결식 때 사용한 영정 판화다. 벽에 걸린 사진은 평소 살아 계셨을 때 모습을 담고 있다. 환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리다. 한쪽에는 실제 살림살이가 모아져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작고 소박해서.. 모든 삶의 방식에서 욕심 없이 사셨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료 포대 부채.. 권 선생께서그 부채로 세상을 시원하게 해 주실 것 같다.. 육필원고와 상장, 두 줄 일기가 많은 일기장과 의료 기기 등등... 소박하다고 하기에도 더 소박할 수 없는.. 그런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유언장은 마음을 찌른다. 유언장에는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적혀 있다. 어떤 보도를 보니까 권 선생께서 모아 놓은 유산이 10억 원 남짓한가 보다. 재단은 이 유산과 앞으로 나올 인세 등을 기금으로 해서 남북한과 분쟁 지역 어린이를 돕는 등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잠깐 둘러 본 전시관에서 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정말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부끄럽다...
* 유물전시관 안에 있는 권정생 선생님의 영정 판화 (최병수 화가)
*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현판
* 1층에 있는 재단 사무실 현관. 이 문 위에 나무 현판이 걸려 있다. 류연복 판화가가 판각한 것이다.
* 생가 사진...
* 여러 사진과 영정 판화
* 살림살이들을 모아 놓았다. 작은 책상과 신발... 너무 작아서 오히려 크다...
* 좋은 동화 한 편은 백편 설교 보다 낫다... 그래서 오히려 어른들도 동화를 읽어야 한다.
* 낮은 책상에서 큰 꿈과 희망, 용기를 담은 글들을 써 내셨으리라...
* 놀랍고, 재미있고, 쓸모있는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 큰 바람을 일으킬 부채...
* 마른 잎새가 말씀보다 더 울림이 크다..
* 육필원고나 유언장... 일기장... 마음으로 본다.
* 권 선생님 책들을 모아 두었다. 읽어보지 못한 책도 많으네.. 부지런해야겠다.
* 재단 설립 취지와 선생님 약력...
* 유품 전시관은 재단 사무실 한 켠에 있다.
* 유품 전시관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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