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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제대로 된 혁명 - D.H. 로렌스의 시를 읽다

며칠 전... 도서관을 운영하는 한 분이 문자메일을 보내왔다. 빽빽하게 적힌 시 한 수. 그건 D.H. 로렌스가 쓴 '제대로 된 혁명'이라는 시다.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오늘 나는 몇 차례, 내가 하는 일 모든 국면에서 '재미있게 일 하자'라고 말했다. 재미는 누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어떤 일이나 상황에 처해서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 역량을 가지고 스스로 재미있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재미있게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자신을 오롯히 던져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문자를 내게 보낸 그 분은, 아마도 내가 그러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재미있게 제대로 일을 하라고 지적하고 격려해 준 것이리라. 재미를 위한 혁명! 그것을 할 수 있다면, 재미를 위한 일은 분명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문자를 내내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 두고, 나도 몸과 정신을 좀 가볍게 해야 할 것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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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혁명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들을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