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울은 온통 눈 속에 묻혀 있다. 눈이 더 오지는 않지만, 어제 내린 눈들이 여전히 도로와 지붕 위에서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 날, 나는 오늘 사진 전시회를 인터넷으로 본다.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박노해 씨가 '빛으로 쓴 시'라는 이름으로 <라 광야>전이라는 첫 번째 사진전시회를 1월 7일부터 28일까지 일정으로 '갤러리 M'(충무로 서울중부경찰서 맞은편)에서 연다고 한다. "나눔문화" 홈페이지에 가면 사진전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함께 전시하는 사진들도 미리 볼 수가 있다. 평소에도 박 시인의 사진은 한 편의 시처럼 마음을 향해 달려들곤 했는데, 그동안 중동 현장에서 10년 여 찍은 사진 4만여컷 중에서 고른 37점의 사진이 이번 전시회에 나온다고 한다. 꼭 직접 가서 봐야 할 전시회다. "모든 진실은 현장에 있다"고 말하고 그 현장을 향해 온 몸을 던져 사진으로, 글로, 말로 뜨거운 시를 써 온 시인의 절절한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눔문화"에서 멋진 초대장을 보내와서 전시회 개최를 알았다. 안내장에 쓰여진 작가의 글 중에서 "카메라를 들기 전에 저는 먼저 광야의 낙타처럼 무릎을 꿇습니다."라는 말을 되뇌인다. 요즘 정말 하늘과 사람에게 마음으로, 몸으로 겸손한 사람을 만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 나눔문화 홈페이지에 올려진 전시회 안내 페이지 바로가기
* 전시회 홈페이지를 가 보니까 여러 사진들이 올려져 있는데, 아래 사진이 마음에 들어선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거친 자연 속에 소리내어 읽는 책 속에 평화가 피어날 것 같다.
근대의 묵독 이전의 낭송 전통으로 걷는 독서. 눈 덮인 자그로스 산맥을 달려온 바람은 맑다. 그는 지금 자신의 두 발로 대지에 입 맞추며 오래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선조들의 복장과 걸음과 음정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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