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를 즐기자

<표지화여담> 전시를 보러 환기미술관을 찾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들뜬 주말, 환기미술관을 찾다. 날씨가 꽤 춥다는 소식에 완전무장을 하고, 오랜만에 환기미술관 쪽으로 나들이. 입구에 있는 유명한 만두집에서 점심을 먹고 미술관을 찾다. 얼마 전 내린 눈발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채, 그늘 쪽에 남아 있는 한적한 미술관. 좀 쓸쓸해 보인다. 전시회 입장료가 5천원이다. 김나래 씨의 북아트 전시회를 보러 간 것인데, 가서 보니까 그 전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식 전시회 명칭은 <표지화여담(表紙畵餘談)> 전시회. '문학과 미술의 만남 그리고 북아트'라는 부제가 붙은 전시회. 이 전시회는 책에 대한 김환기 선생의 관심, 즉 책 장정과 삽화에 대한 지속적인 김환기 선생의 작업과 애정을 오늘 다시 되짚어보고 그 작업을 되살려 보고자 기획한 전시라고 한다. 그렇구나.. 나는 그냥 단순히 김나래 씨 북아트 전시회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의미가 있는 전시회라고 생각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기획한 교육전시로 김환기를 비롯한 김용준, 이중섭, 이규상, 장욱진, 백영수등 근대 화가들이 참여한 책 장정이나 삽화 인쇄물을 전시하면서 한 편으로현대 북아트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북아트 작가그룹인 '북웨이'가 참여한 '팝업과 함께하는 오즈의 방'도 따로 선보였다.

3개 층으로 나뉘어 이루어진 전시에서 1층에는 1950년대이후 김환기 화백이 참여한 장정과 삽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본 책들이 책장 안에서 그 모습을 선 보였는데,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도서관 장서도 여럿 눈에 띈다. 그들 도서관에서 원본 책자를 빌어다 전시를 한 것이겠지? 그러고보면 도서관들은 역시 시간을 담고 있어,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날 수록 소장한 책들의 가치로 인해 도서관의 가치와 가능성이 더 커질 것 같다. 역시 옛 책자들을 보니까 더 인간다움이 물씬 풍긴다. 그러면서도 일부 작품들은 지금처럼 모던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말고 느낌으로만 간직할 수 밖에 없다.) 이어 3층에서는 장정과 삽화, 그리고 북아트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근대 여러 화가들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부암동이 훤하게 내다 보이는 전시장 3층은 매우 아름답다. 이중섭 씨의 작품도 일부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전시 내용은 마음에담아 왔다.)

북아트 전시는 2층에서 열렸다. 요즘 북아트에 대한 관심도 매우 커졌고, 그래서 북아트 작가들도 많아졌고, 그런만큼 활동도 다양하고 활발하다. 북아트는 미술과들이 책의 표지나 삽화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현대로 오면서 그 개념이 확장되어서 책과 미술이 만나는 시각미술작품을 총칭하는 용어가 되었다고 한다. 이 용어는 1973년 미국 뉴욕근대미술관 사서가 한 컬럼에서 처음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사서의 역할이 두드러지는군. 북아트가 일반적인 책과 달리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예술작품으로 인정되고는 있지만, 글쎄 나는 요즘 북아트를 보면서 '읽어 볼 수 있는' 그런 '북'아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그래도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책과 미술이라는 두 장르를 하나로 엮어 작가 자신의 생각과 표현을 담아내려고 한 노력이 역력하다. 좋은 작품들이 많다. 거의 사람이 없어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측의 사정으로인지,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시 도록을 보지 못했다. 간단한 팸플릿만 제공되었다. 그래도 전시회에서는 잘 만들어진 도록을 구하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에는 도록이 없어 구하지 못했다.도록이없다면플래시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사진 촬영도 허용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전시를 보는 목적이 여러가지겠지만, 이번 처럼 교육을 목적으로 한 전시라면 사진을 찍어서라도 나중에 배움의 자료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오랜만에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 환기미술관의 전시 관련 안내 페이지 바로가기

* 이 그림은 환기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전시회 관련 내용임



* 이 그림은 전시회 팸플릿 일부를 찍은 것임.

* 어제 오후 산 위로 떠나지 않은 달이 훤하게 떠 올라 있었다.


* 아직 녹지 않은 눈 위에 어지럽게 사람들 발자욱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