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광장이라는 것이 생긴 지 얼마나 되었는지, 예전 차만 다니던 광화문에 대한 기억이 가물하다. 광장이 생긴 이후로 광장이라는 곳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대체 광장이 뭘까? 광장이라는 것이 사람이 스스로 빈 공간을 채우는 주체적 활동이 있어야 활력이 채워지는 빈 공간이면 좋겠다. 아무튼 광화문이 변화한 이후로 그곳에서는 늘 뭔가 채워져 있다. 사람들은 그 무엇인가를 구경하는 관람객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나는 주로 그곳에 가면 나도 늘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겨울이라서 그곳에 스케이트장이 생겨 시민들이 즐기기는 하지만, 글쎄 그곳도 좀 넓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어제도 좀 차가운 주말이지만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해 12월 초부터 그곳에 뭔가를 설치하고 있어서 그게 뭔가 했는데, 어제 나가서 보니 '2009 서울빛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도시의 밤은 다양한 빛으로 채워지고, 그 빛으로 새로움을 주는데, 광화문에서 서울의 빛을 새롭게 만들어 보려고 했나?
낮에 갔을 때에는 햇살만 가득할 뿐, 사람들이 만든 빛은 없다. 그래서인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백남준 선생의 '프랙탈 거북선'이라는 작품은 아직 부두에 정착된 배처럼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 뒤에 가서 종로빈대떡 집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빈대떡에 막걸리 먹고 해가 진 다음에 다시 광화문에 나서니 준비된 빛들이 광화문을 채우고 있었다. 세종문화회관과 KT 벽에 화려한 빛들이 이미지와 글씨들이 비춰진다. 그런데 제대로 보이질 않네. 주변이 너무 밝은가? 내 가벼운 카메라로도 이미지가 잘 잡히지는 않는다. 백남준 선생의 거북선은 밤이 되자 드디어 거대한 움직임을 드러냈다. 화려하다. 네온으로 노를 만들어 도심의 어둠 속을 힘차게 나아가는 작품...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그 세세한 이미지들을 보고 생각하려면 더 관람시간을 늘여주면 좋겠다. 그 뒤 편으로 빛을 이용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검은 전시 박스가 있어 그것도 줄을 서서 봤다. 의미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상상력이 부럽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면 나름 의미도 있어 보인다.
겨울 밤, 광화문에서 차가운 바람 사이를 헤집고 빛들이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이 서울빛축제가 끝나고 나면 광화문에는 또 뭔가 도시의 밤을 채울까? 1월 24일(일)에 끝난다고 한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날씨라도 덜 추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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