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하다가 기록관리전문요원의 자격을 완화시키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긴급토론회가 2월 2일(화) 오후 7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 그런 일이 있나? 그래서 확인해 보니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성명서도 발표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과 기록관리 부문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록은 역사다. 따라서 역사를 생각하고 역사적 책임을 인식하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하나하나의 삶을 잘 기록하고, 기록된 것들은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귀찮아 해서는 안된다. 특히 공공부문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 근대사에서의 기록 문제는 매우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만 봐서도 해방 이후 60여년 동안 남겨진 기록이 약 860만건인데 그중에서 820만건은 바로 고 노무현 전태통령 한 분이 남긴 것일 정도로 이전에는 공공기관/부문에서 기록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기록관리는 매우 낙후된 부분이었다. (Cliomedia님 블로그에 올려진 '대통령의 기록'이라는 글을꼭 읽어보시기를)그래도 최근에는 기록관리에 관한 법률도 강화되고 전자기록 관리시스템 등이 갖추어져 공공부문의 기록관리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기록관리요원들이다. 지난 수 년 간 꾸준히 기록관리요원들이 배출되고 공공부문에 배치되면서 공공부문 기록관리가 체계화되어 오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선 현장에서 도서관과 기록관의 기능을 혼동해서 도서관 영역을 축소하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지만, 큰 틀에서는 더욱 철저한 기록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중요성에 비추어 도서관도 기록관리의 발전에 동지적 관점에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기록관리의 핵심을 흔드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보공개센터가 이 문제에 대해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리라. 도서관계도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기록관리 부문에서의 후퇴는 또 한 편으로는 도서관 부문에서도 그러한 인식과 정책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했다. 도서관과 기록관리 부문은 서로 순망치한의 관계다. 서로 힘이 되어야 한다. 기록관리는 절대적으로 후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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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정보공개센터의 성명서를 가져온 것임)
[ 성 명 서 ]
기록민주주의 후퇴시키는 정부의 기록관리선진화 반대한다.
1.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국민알권리의 기본이자, 국가운영의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록관리가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지난 2009년 12월 22일과 1월 6일, 행정안전부는 기록관리 프로세스 현실화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하 전문요원) 자격요건 완화 및 배치 유예를 주제로 ‘행정내부규제개선 회의’를 열었다. 국무총리실에서도 1월 19일 ‘선진화 과제 발굴회의’로 기록관리 전문요원의 자격기준완화 및 지자체 배치 시기 연기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기록물 폐기 및 비공개 기록물의 공개재분류 등 기록관리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전문요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하자는 내용이 회의의 주된 골자다.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를 관장해야 할 행정안전부가 기록관리를 ‘행정내부규제’ 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도 믿을 수 없지만, 그 내용들 조차 경악스러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국민의 알권리는 무너질 것이며, 그와 함께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파탄 날 것이 자명하다.
2. 국무 총리실이 준비하고 소위 말하는 ‘선진화 발굴 과제’ 안 중 가장 큰 문제는 ‘전문요원’의 자격완화 논의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광복 이후 50년 가까이 기록관리의 사각지대에 살아왔다. 공공기관에서 기록을 생산하지도, 관리하지도, 공개하지도 않으려는 구시대적 관습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2005년부터 ‘기록관리대학원’ 등에서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전문요원들이 공공기관에 배치되어 무너져 있던 기록관리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에서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은 기록관리대학원 졸업자수가 수요에 비해서 크게 부족해, 학사 등으로 기준을 낮추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이는 사실을 매우 왜곡하고 있는 것이며,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기록전문요원을 채용하는 데도 엄청난 경쟁력을 기록하고 있는 점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국무총리실은 무슨 의도로 이런 것을 추진하는 지 그 배후가 매우 의심스럽다. 또한 기록관리전문요원 배치를 유예 해달라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는 스스로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3. 또한 총리실 논의 사항 중 5년마다 비공개 기록을 공개할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공개재분류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록물 폐기절차를 일률적으로 진행하도록 해 업무부담을 줄이자는 논의 자체도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비공개기록을 5년마다 재분류 하자는 법률조항은 이제 생긴지 4년도 채 되지 않았다. 제대로 시행조차 하지 않고, 공무원들이 부담스러원 한다는 이유로 이 법률을 변경하자는 것은, 이번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록 은폐의 빌미를 제공 할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의 비밀과 비공개주의를 강화시킬 뿐이다.
4. 공직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록관리혁신을 정부혁신의 과제로 세운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공공업무 과정의 철저한 기록화와 체계적인 기록관리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에 전문요원이 배치되었고, 제도와 함께 기록관리 프로세스가 재정비되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그동안 진행되어왔던 기록관리혁신 과정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기록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선도해야 할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에서 논의하고 있는 기록관리 선진화 방안은 오히려 선진화에 역행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공공기록관리는 공적 행위의 설명책임을 지는 정부의 주요 의무이자, 효과적으로 행정을 통제하여 투명행정과 책임행정을 실현시키는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에서 주도하고 있는 기록관리법 개정 움직임과 기록물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기록원의 수수방관 태도는 학계와 시민사회 어느 누구의 동의도 받지 못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정부에 역사인식이 있는 공직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 안을 철회시키고, 기록관리 개혁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2010년 1월 28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 이 그림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 일부를 갈무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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