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대학로 거리에 함석헌 선생 시비와 함께 서 있는 또 하나의 시비. 김광균 시인의 시 <雪夜(설야)>.. 잠깐 가던 길 멈추고 시를 읽어본다. 눈이 내린 날이었다면 정말 제 맛이 가득했을 것 같다. 이 시는 가곡으로도 만들어져 있네요.. 설 명절 보내고 돌아오는 길들 편안하려면, 오늘 눈 오시기를 기대하면 안 되겠지요.. 언젠가 편안한 날에, 이 시비에 살포시 눈 내리면 보러가야겠습니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 시 가곡 들어보기(다음 블로그 '가곡의 고향'에 있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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