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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박노해 시, `너의 하늘을 보아`를 읽다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 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 오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우연히 밥상 위에 놓인 판을 보았다. 평소 잘 안 보는데, 오늘은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좀 번잡하고 했는데... 이 시를 보았다. 그래서 밥 먹고 나와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흐리다.. 봄이 온 것이 아닌가? 그건 그냥 내 바람이었을까? 혼자 할 일이라고는 그저 조용히 지나가는 바람이나 맞으며 땅이나 만지작 거려야 하는 것이거늘...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이러고 있을까도 싶다. 박 시인은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 자신의 하늘을 만나 이런 시를 썼을테지.. 나는 이제 또 한 번 하늘을 쳐다보고 내 하늘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