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엄청 중요한 시기이니, 선거에 임하는 시민의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보들이 과연 우리나라의 현재 문제 해결과 미래를 위해 어떤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분야를 다 그러기는 쉽지 않다. 시민으로서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거나 생각해야 할 것이 각자 다르고 또 제한적일테니까... 국가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미래 비전이라든가 환경문제, 국민 모두의 더 안정된 삶의 기반이 되어야 할 각종 정책 과제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더 알아보는 걸로 하고...
챙겨야 할 부분은 내가 일했던, 그래서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 관련 정책이 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 후보가 모두 14명이나 되고 그 후보들의 공약이 모두 다 충분히 공개되어 있지는 않다. 물론 곧 선거관리위원회가 공보물을 보낸다고 하니 공식적인 공보물에 혹시라도 도서관 관련 내용이 있을까 찾아보기는 할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각각 한 차례 도서관에 대한 공약을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명 후보 쪽에서 자신의 대선공약집을 발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가서 살펴보니 모두 4번 '도서관'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첫번째는 미래인재양성 분야에서 '지역과 함께 배우는 행복한 요일(지요일)' 도입 항목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역도서관을 활용한 독서교육 강화'라는 것이다. 지역에 있는 도서관(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중심일텐데)이야 말로 주민들이 언제든 활용해서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니 이곳을 통한 독서교육 강화라는 정책목표는 당연하기까지 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 여러 가지 이슈나 논쟁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내용은 뒷 부분에 나오는 도서관 자료구입비 증액이라든가 사서 확충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근본적으로 독서 활성화는 시민이 언제든 읽고 싶은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도록 하고, 학교교육 과정에서 책을 기반으로 한 질문과 개방된 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교육활동을 통해서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으니, 이 부분에서 뭔가 또다른 독서교육 과정을 만들거나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식의 방안으로 나가지는 않기를 기대한다.
두번째는 ICT 강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구상으로 구체적으로 '박물관-도서관이 함께 자리하는 한국의 ICT 랜드마크 'ICT 뮤지러리(MUSIRARY, Museum+Library)' 건립 추진이라는 내용이다. 처음 듣는 내용이라 낯설다. 이미 도서관과 박물관, 기록관을 통합한 개념인 '라키비움'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추진된 바도 있고, 도서관들도 점차 여러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중에 이렇게 ICT 뮤지러리,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정도일까 싶다. 잘 만들고 잘 운영한다는 전제에서 공약에 포함시킨 것일테니 일단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다만 어떤 구상인지 구체적 내용이 궁금하다. 근대 도서관 역사 120여 년을 맞은 지금 나에게 더 필요한 건 도서관의 역사를 담아내고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상상을 하는 '도서관 박물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
세번째는 도서관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지식강국 분야에서의 언급이다.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문화향유권 확대라는 비전 아래 '문화가 숨 쉬는 지역 기반 확보' 항목 아래에 '도서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 확대, 자료구입비, 주민참여 도서전정, 사서 인력 확대'와 '민간 운영 작은도서관 도서구입과 프로그램 운영 지원'이라는 두 가지 정책이 제시되어 있다. 이 내용은 지난 1월 20일 문화관련 6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 중 자료구입비 증액은 도서관 뿐 아니라 출판과 서점, 작가 등에게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다만 그동안도 숱하게 요구해 온 것을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니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꼭 지금보다는 몇 배, 그래봤자 1천억원 정도에서 얼마나 더 될까 싶다만, 국민들을 위한 책 구입에 쓰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사실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되는 도서관 관련 공약이라면 이런 구체적인 것도 있어야 겠지만, 적어도 국가의 도서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확고한 언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공공도서관 1천 여 곳과 작은도서관 거의 7천 곳 가까이가 운영 중이고, 학교도서관은 1만 곳도 넘고 대학교육의 핵심인 대학도서관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중에 이런저런 어려움, 정부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들이 있다. 자료구입비 증액이나 사서 인력 확대는 그 중에서도 핵심 과제 중 하나이지만 그 외에도 이런저런 중요 과제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를 들면 이미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앞으로는 국가도서관위원회로 명칭이 바뀌 에정)가 실질적으로 국가의 도서관정책을 입안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강화해 준다든가, 그 위원회가 이미 작성해 정부와 지자체 등 모든 도서관 운영 주체들이 따르고 있는 '제3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2019~2023)'을 잘 추진하도록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제도적 지원과 실천을 꼭 하겠다는 등의 공약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등등의 생각을 한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관계를 잘 정리하는 것을 포함해서..
참고로 2022년 1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와 출판계 단체 가운데 한 곳인 한국출판인회의가 독서/출판 진흥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주요 내용은 ▶'한 학기 세권 읽기' 독서교육 ▶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를 위한 '책꾸러미' 지원 ▶ '교정문고' 운영 ▶공공대출권 제도 도입 ▶출판권자에 대한 저작인접권 보장 ▶사적 복제 보상금 제도 신설 ▶ 출판산업 예산 증액 ▶공공도서관 증설과 도서구입비 증액, 사서 충원 등(중앙일보 2022.1.25.)이라고 한다. 여기에도 공공도서관 증설과 도서입비 증액, 사서 충원 등 도서관 관련한 내용이 있다. (사)한국도서관협회도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김승원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에게 전달(2022.1.21.)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좀 살펴보셨기를 바란다. (물론 협회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에게도 1월 18일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 당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리고 2월 21일 어린이청소년책문화연대 소속 회원 1084인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대표한 강무홍 작가는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으며 성장할 수 있고, 시민의 힘으로 일구어온 작은도서관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고, 모든 학교에서 사서를 통해 필요한 책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책의 힘을 알고 있고 이를 강력하게 실현할 이 후보와 함께 책문화 평등권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지를 한 분들이 작은도서관 쪽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일게다. 공립의 공공도서관과 이들의 모임체에서는 정치 활동을 할 수 없기에 자칫 민간의 작은도서관 쪽에서만 열심히 하는 것처럼 생각하시지는 않기를 바란다. 지금 모든 공립의 도서관과 사서들도 시민의 힘을 일구기 위해 공적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내용과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그런 행정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선 대통령 선거 후보들께서 잘 알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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