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전진, 바빌론에서 위키까지』, 참고도서로 읽는 세계 지식의 역사
글쓴이; 잭 린치 옮긴이; 이혜원 , 윤소영 , 최대식 펴낸곳;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낸날; 2021년 03월 20일 <출판사 보도자료> <언론보도 묶음> 지식의 전진, 바빌론에서 위키까지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 책 표지 그림 제목은 피테르 브뤼헐 화가의 '결혼식 무도회(Wedding dance in the open air'라고 한다. 왜 이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을까? 참고도서를 만들고 이용한다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결혼식 피로연처럼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신나고 행복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가요? 결혼을 하는 사람은 참고도서 저자와 편집자, 출판사 관계자 등, 실제로 고생한 사람들일텐데, 이용하는 독자들이야 마냥 흥겨운 잔치 마당일테니까요... * 그리고 역자 중 한 분인 최대식 선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처음 이 책을 번역하면서 역자들은 제목을 <거의 모든 참고정보의 역사>라고 제안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책을 만드는 전문가인 편집자들이 지금의 제목을 정했다고 하는데, 지금의 제목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던데요.. 독자인 나도 그렇습니다. |
사서로서 일하는 동안 참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면, 그건 도서관 사서니까 책 많이 읽으시겠네요?라는 것이었다. 물론 사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개인적인 관점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조금은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필요한 책과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도서관과 사서는 자료나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와 그에 맞는 책이나 자료를 제대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 일차적인 존재 이유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서들도 사람이고 직장인인지라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자기 수많은 책에 대해서 더 빠르고 최대한 많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동안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배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참고도서 또는 자료’라는 것에 대해서 폭넓게 배우는 것이다. 참고도서는 일반적으로 ‘단편적인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사전이나 백과사전, 관보, 연감, 주소록, 어휘와 용어사전, 색인, 서지, 지도서 등과 같은 참고용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지식이나 정보를 간추려 정리한 책이나 책에 대한 책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책의 형태를 넘어서 다양한 유형의 매체들까지도 포괄해 참고자료라고도 한다. 도서관 사서는 이런 참고도서를 잘 활용하면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적절하게 수많은 지식과 정보, 책 가운데 필요한 것들을 조금은 더 잘 찾아 전달할 수 있다.
나는 사서라서 그런지 앞서 도서관에서는 참고도서가 중요한 자원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도서관에 가면 우선 참고도서를 모아둔 서가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참고도서의 수준과 양으로 그 도서관의 수준이나 이용자들의 이용 행태 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도서가 다양하게 구비되었다면, 그 도서관 사서나 이용자 모두 다양한 질문을 던질 줄 알고 그 질문에 대해 폭넓고 깊이있는 탐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단행본이나 여러 유형 자료들이 많아야 하지만, 참고도서는 대체로 개인이 각자 구입하거나 소장하기 쉽지 않고, 꼭 그럴 필요는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참고도서는 때로는 너무 비싸기도 하고, 때로는 굳이 처음부터 다 읽을 필요도 없고, 늘 필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언제든 필요할 때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데, 그래서 가까운 도서관에 참고도서가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다면 누구에게나 참 좋은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도서관에서도 점차 참고도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서 살짝 걱정된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지만, 사실 세상의 더 많은 것들은 아직도 아날로그 상태로 존재하고, 여전히 누군가 자신을 발견하고 활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도서관과 사서들은 각자의 지역이나 위치에서 계속해서 괜찮은 참고도서나 자료들을 발굴하고 또는 만들어 내면서 다른 지역과 도서관, 사서, 이용자들과 긴밀하게 연결하면서 전지구적인 지적 자산을 확장해 나가면서, 한 편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제공해 나가고 있다. 그럼으로써 계속해서 분열되고 개별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도서관이 정보와 자료를 매개로 사람들 사이 상호이해와 연대를 강화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계기와 실천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중에 이번에 번역 출간된 책 『지식의 진전, 바빌론에서 위키까지』는 참고도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라는 권유라서, 반갑다.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참고도서에 대해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630쪽을 넘는 벽돌책을 만났지만, 그 내용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저자 잭 린치 교수는 기원전 3000년부터 오늘날까지 세상에 나온 숱한 참고도서 가운데 50종을 골라, 그것을 25가지 갈래로 나누어 참고도서 2종씩을 배치해 서로를 비교하기도 하고,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읽기에 탄력을 더한다. 25개의 장 제목을 모두 모으면 지금 우리 인류가 스스로에게 던지며 탐구하고 발전해 온 역사의 흐름을 잘 담아냈다. 제목을 이어 읽는 것으로도 금방 인류의 지식과 탐구의 역사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거기에 각 장마다 1/2라는 추가적인 장을 두고 현 시점에서 참고도서와 관련한 일반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자신의 생각을 더해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칫 옛 이야기로 끝날 수 있는 참고도서들을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어야 할 존재로 만들고 있는 방식의 책 쓰기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도서관 사서나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 또는 책이나 지식과 관련해서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추가적인 1/2장(모두 24개 주제를 다룬다)을 꼼꼼하게 읽고 자신의 생각을 더 풀어내도 좋겠다.
저자는 참고도서에 대해 정리하면서 “참고도서는 꼼꼼하게 읽기보다 특정 요점을 찾아볼 목적으로 이용하는 책”이라는 1911년 사서 길버트 워드의 정의를 인용했다. 또한 참고서는 반드시 책일 필요도 없다는 점도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 책이 ‘세상의 주요 참고 저작 전부를 빠짐없이 다루는 총괄 서적을 표방하지 않는다. 그런 책은 없다.’ 그 대신 재미가 보장되는가를 기준으로 위대한 저작 50종을 선정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목적으로 쓴 책이라면 저자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굳이 왜 이 50종을 골랐냐는 질문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야기가 있는 참고도서를 또 골라 책을 쓰면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이 다룬 참고도서 50종은 다음과 같다. (목차에서도 따로 다룬 책 이름을 적어두지는 않아서 아마도 인터넷에서도 본문 검색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어떤 참고도서를 다루고 있는지 쉽게 알 수는 없을 듯하다.)
01 정의로운 땅; 고대의 법 - 함무라비 법전 /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02 태초에 말이 있었다; 최초의 사전 – 이아 / 아마라시마, 아마라코샤 03 자연의 역사; 고대의 과학 – 테오프라스토스, 식물의 역사 / 플리니우스, 박물지 04 동그란 지구 구석구석에 대한 상상; 지도 제작 –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미 『지리학 입문』 / 『토지대장』 05 학문의 계통; 고대의 백과사전 – 카시오도루스 『제도』 / 이시도루스 『어원학』 06 의술; 중세 의학 – 볼드 『의술서』 / 이븐시나 『의학대전』 07 새로운 세상; 발견 시대의 지도 – 아브라항 오르텔리우스 『세계의 무대』 / 요한 바이어 『우라노메트리아(별자리 지도)』 08 놀라운 기법; 컴퓨터 이전의 컴퓨터 – 헨리 브릭스, 로그 산술 / 요하네스 케플러, 루돌프 표 09 인간 본성의 나약함; 오류에 대한 길잡이 – 금서 목록 / 토머스 브라운, 전염성 있는 잘못된 의견 10 언어의 길목 지키기; 18세기 사전 – 불어 사전 / 새뮤얼 존슨, 영어 사전 11 신앙의 길; 신자를 위한 지침서 – 앙투안 오귀스탱 칼메, 성경의 역사, 비평, 연표, 지리, 문헌을 정리한 사전 / 알렉산더 크루덴, 구약, 신약 성서에 대한 완벽한 용어 사전 12 성적 유희; 성 매뉴얼 – 아리스토텔레스의 걸작 / 해리스의 코벤트 가든 여인 목록 13 가장 작은 공간에 지식 모으기; 위대한 백과사전 – 드니 디드로, 장 르 롱 달랑베르 『백과사전』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4 빨강 머리와 인도인; 사전과 제국 – 이나무라 삼파쿠 『하루마-웨이지』 / 헨리 율, 아서 C. 버넬 『인도-영어 사전』 15 시간 때우기; 게임과 스포츠 – 에드몬드 호일 『휘스트 게임에 대한 짧은 논문』 / 존 위스덴 『위스덴 크리켓 선수 연감』 16 박식함이 돋보이는 불후의 저서; 우수한 국가사전 – 노아 웹스터 『미국 영어사전』 /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독어사전』 17 고대 그리스의 영광, 로마의 위엄; 고대 세계를 바라보는 빅토리아 시대의 관점 – 헨리 조지 리들, 로버트 스콧 『그리스-영어 사전』 / 아우구스트 파울리, 게오르그 비소바 『고전 고고학 참 백과사전』 18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어; 역사 사전 – 마티아스 더프리스 『네덜란드어 사전』 / 제임스 A.H. 머레이 『옥스퍼드 영어사전』 19 말의 자선냄비; 구세주 역할을 하는 참고도서 – 존 바틀릿, 낯익은 인용문 모음 / E. 코범 브루어, 관용어 우화 사전 20 현대 약물학; 건강하게 살기 – 헨리 그레이와 헨리 반다이크 카터, 해부학 설명과 수술 / 정신질환의 진단과 통계 안내서 21 주춧돌; 도서관 목록 – 앤서니 파니치, 인쇄본 총목록 / 국가종합목록, 1956년 이전 출판물 22 양질의 삶; 예술과 상류사회 -= 조지 그로브 경, 음악과 음악인 사전 / 에밀리 포스트, 사회 예절 23 순수한 물질에 대한 추정; 과학시대의 과학 – 머크 색인 / 화학과 물리학 CRC 핸드북 24 완전하고 권위 있는 정보; 현대 세상을 위한 원칙 – 가톨릭 백과사전 / 볼샤이아 소베츠키아 백과사전 25 특별할 게 없는 책; 둘러보기 도서 – 노리스와 로스 맥허터, 기네스 북 / 벤 스콧, 스콧의 기발한 잡학사전 |
그리고 저자는 <맺음말; 세상의 정보 – 백과사전을 향한 꿈>에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있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묶은 하나의 책, 백과사전을 향한 꿈을 향한 사람들의 도전을 다루면서 구글과 ‘위키피디아; 무료 백과사전’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는 어느 사회보다 더 가깝게- 백과사전을 향한 꿈에 다가섰”지만, “백과사전을 향한 꿈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통해 정작 우리가 가진 정보원에 대해 건강한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은 어쩌면 이 말을 하고자 그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참고도서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모두 모아 갈래를 나누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사람들의 필요(그것이 학술적이든 교양에 필요해서든, 아니면 그냥 심심풀이로 펼쳐보고자 하는 것이든 별 상관은 없을 것이다)에 부응하기 위한 힘든 지적이자 육체적 작업의 결과물일 것이다. 예전에는 어떤 개인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선도적인 상상과 생각, 의지를 가지고 만들었다면, 이제 지금은 수많은 개인들이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집단지성의 위대한 궁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의 참고도서 만들기는 이전 역사 동안 수많은 참고도서 저작자들이 꿈꾸어 왔던 현실일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듯이, 이 새롭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한 편으로는 오히려 그동안 참고도서를 만들어 온 사람들과 인류 모두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전을 던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과연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소통, 합의 등을 통해서 정말 정확하고 의미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정리하고 축적해 갈 수 있을 것인가?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 과연 우리 각자는 깨어있는 시민인가? 나 자신의 생각과 신념, 사상 등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 등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더 나은 참고도서를 만들 열린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형태와 내용의 참고도서를 향한 도전적인 항해를 떠나는 항구를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모든 책이 그렇듯이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독자들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그 안에서 주체적인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변화의 지점에서 풍부한 이야기와 생각거리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호기심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50종 참고도서 가운데 우리 말로 번역되어 우리가 쉽게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책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되어 도서관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도서(였)다. 다른 참고도서들 사정은 어떤가도 챙겨볼 필요가 있겠다. 끝으로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주로 서양의 참고도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이제 우리들의 참고도서 역사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의 지적 자산이자 기반이 되고 있는 참고도서들을 찾아 그 의미와 성장 과정을 꼼꼼하게 정리해야 할 숙제가 우리 앞에 있다. 누군가 힘찬 도전에 나서길 기대한다. 그 도전의 길에 우리 도서관과 사서들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리라 믿는다.
방대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을 번역하신 역자들께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수 천 년 역사를 이어온 참고도서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을 우리 말로 번역하는 것이, 문헌정보학자로서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글이 담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확인하고 점검하고 적절한 우리 말을 찾아 옮겨 준 역자들의 수고로 독자로서 귀중한 내용을 쉽고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문헌정보학 전공자나 도서관 현장 사서들뿐 아니라 지식이나 책, 출판 등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터, 이 모든 것은 역자들의 수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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