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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민주주의 발전 돕는 도서관 장서; 도서관 미래전략, 3

올해 들어 '행복한아침독서'가 발행하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저널에 두 달에 한 번씩 '도서관 미래 전략'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6월호에 세 번째 글을 올렸다. 이번에는 장서의 문제에 대해 썼다. 도움이 되실까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생각하는 과정이다.. 나에게 도서관 장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행복한아침독서 홈페이지에서 글 읽기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0/06/01/202006010912001651.html]


민주주의 발전 돕는 도서관 장서

도서관은 책으로 만들어진 집이자 공간이고 서비스다. 대부분 도서관들은 여전히 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많은 사람이 ‘도서관=책’이라 생각하고 책을 이용하려 도서관에 간다. 그러나 책이라는 매체도 광범위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이 전통적으로 책을 통해 얻던 지식이나 정보, 심지어 쉼이나 오락적 역할까지도 다른 것들에게 찾고 있다. 도서관도 오래 이어온 책과 이용자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의 물리적 또는 오프라인 방식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도서관 스스로 어떤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다른 그 어떤 시설이나 기관이 하지 않는,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해 활용하는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과 범위 등에 있어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경계 없는 시대에 경계 없이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과 자료와 관련해서는 어떤 변혁을 만들어내야 할까?

도서관 수준의 척도, 장서개발
도서관이 이용자를 위해 수집하고 소장하는 모든 종류의 자료를 ‘도서관 장서(library collection, library holdings)’라고 한다. 이용자 요구 분석을 기본으로 적절한 자료의 선정과 입수, 관리 그리고 평가와 그에 따른 폐기 등 일련의 장서 확보 과정을 ‘장서개발’이라 한다. 이 과정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도서관 서비스 내용과 수준을 좌우한다. 그냥 단순히 좋은 책 목록을 작성해서 유통사에 주문을 내고 들어오면 검수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도서관들 대다수는 장서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장서개발의 성패는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사서의 능력에 달려있다.

장서개발과 관련해서 우리 도서관들은 이제 두 가지 개혁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양적 확장이다. 매년 수많은 책이 발행되고, 전통적인 책 이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자료들이 생산된다.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료를 확보해 공공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장치인 도서관은 다양한 이용자의 자료 요구에 최대한 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장서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책과 함께 다양한 독립출판물이나 잡지 같은 종이 매체는 물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영상 자료 등 디지털 자료 등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자료들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막막하다. 전국 1000곳이 넘는 공공도서관이 쓰는 자료구입비는 1000억 원을 겨우 넘을 뿐이다. 1관당 평균 1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는 2019년 우리나라 신간의 10퍼센트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다. 또한 책 이외의 다른 자료는 아직 확보할 예산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시민 성장 돕는 질적 장서 확보 필요
두 번째는 질적 수준 향상과 다양성 확보다. 시민들의 지적 요구는 더 다양하고 깊어지고 있다. 도서관들이 이용자 요구를 적절하게 대응할 수준의 장서를 확보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이미 이용자들은 개인적으로도 전 세계적 범위로 다양한 정보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인데, 과연 우리나라 도서관들의 질적 수준은 어떠한지 심각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가장 수준 높은 장서를 갖춘 대학 도서관들조차도 매년 급격하게 높아지는 해외 학술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독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수준 높은 국내외 학술 자료 등을 이용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최근 공공도서관 특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 공립으로 다양한 전문도서관을 설립해 누구나 수준 높은 자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 다양한 주제의 자료도 더 적극 수집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 도서관 자료도 그런 사회의 방향성을 담아야 한다. 다양한 생각이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도서관 안에 차별과 제약 없이 소장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도서관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사회적 기관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도서관 장서 구성에 대한 부당한 검열이나 압박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도서관 사서는 “도서관인 윤리선언”에서 말한 대로 “자신의 편견을 배제하고 정보접근을 저해하는 일체의 검열에 반대”해야 한다. 또한 모든 도서관은 자기가 속한 지역이나 기관 등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자료나 이야기 수집으로 다른 도서관은 결코 할 수 없는 자기만의 독립적인 장서개발을 해야 한다. 만들어진 자료뿐 아니라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활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 제대로의 장서개발에서 미래를 시작해야

도서관 장서 문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획기적으로 자료 구입비를 크게 늘리는 것이 일차적 해결책이다. 또한 장서 구성은 이제 개별 도서관 단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지역 또는 전문 분야 등의 관점에서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도서관 간 협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장서를 충실하게 갖추지 못한 도서관들이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서관이 다양한 관점의 자료들을 충분히 확보해서 누구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에도 개방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민의 성장을 돕는 것으로 도서관은 민주사회 발전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럴 때 비로소 도서관은 책과 자료의 공공적인 집이자 공간이고 서비스로 언제나 시민들 곁에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