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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도서관에도, 도서관 사람들에게도, 이용자에게도 휴일이 필요하다

도서관에도, 도서관 사람들에게도, 이용자에게도 휴일이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또 너무 많은 것을 한다.

그러지 말자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달리고 또 달린다.

문제는 혼자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는 듯, 다른 사람들까지도 끌고 들어간다.

도서관 세상도 예외가 아니다..

도서관은 뭘까? 책을 읽는다는 것,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것,

도서관에서 뭘 해야 하는 것인지, 도서관은 어떻게 운영하는 것인지?

도서관에서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도서관이 어떻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는 공공기관인지..

등등... 많은 질문과 이야기나 토론 거리들은 생각할 틈도 없다.

그냥 도서관은 문을 열어야 하고, 책을 사 두어야 한다,

무슨 책을 사느냐는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책을 어떻게 사야하는지,

그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검토, 수고가 들어가야 하는지,

그 책 한 권을 책장에 꽂아두고 이용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여러 수고하는 손길이 필요한지..

그냥 도서관은 문이 열려있어야 한다고..

왜? 그곳 밖에 갈 곳이 없거나, 그냥이거나...

자꾸 도서관이 휴관일도 없이, 그것도 국경일에도 문을 열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다.

그러면 결국 모두가 망가진다.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는다고, 그냥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건물도 자고, 책도 잔다.

그러나 도서관과 도서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더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목록을 뒤적이거나 서점에 나간다.

혹시 수리가 필요한 건물이나 기기가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수리한다.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책은 다시 자리로 돌려보내고

망가진 책은 수리도 한다.

새로운 동향이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공부를 하러 가기도 하고

다른 도서관이나 문화기관을 방문하기도 하고, 물론 서점도 자주 가고..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물론 지친 몸을 추스려 다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쉬기도 한다.

가족들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고, 때로는 고향을 가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문을 열면 조금은 더 새로운 마음과 체력으로

시민들을 만나 웃을 수 있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도서관이 쉬는 날에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몸도 쉬어야 한다.

도서관이 쉬어야 하는 이유...

그건 도서관(건물과 책 등)도, 도서관 사람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도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삼자가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일이 쏠려버리면

그래서 한쪽이 무너져 버리면 도서관 생태계는 망가지고 회복하기 어렵다.

 

최근 읽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

일본 시골에 있는 빵집 다루마리가 휴일이 많은 이유를 보고.

그래 여기서 '빵(집)'을 도서관이라고 바꾸어 읽어도 좋겠다 싶었다.

물론 뭐든 집어 넣어 다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쉬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냥 일주일에 하루쯤 산과 들에서 하늘도 보고 풀도 만나고

못 만난 친구나 친지를 만나서 신나게 수다도 떨어보고

몸 움직여 운동도 해 보고..

그렇게 지내도 좋지 않을까?

 

요 며칠, 이 문제로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멈추어야 할 선도 없이 마구 질주하는 자동차가 되라고 하는 것 같아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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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마리에 휴일이 많은 이유

 

사람들이 우리 가게를 희한한 빵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휴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가게는 주 4(,,,)을 영업하고 수요일은 재료를 준비한다. 직원들은 주 5일 근무제(,화 휴무)로 일한다. 그리고 연중 한 달은 장기휴가다.

사실 마르크스도 근무시간(노동일)을 줄여야 자본주의의 미래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요컨대 자본주의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해 생산력이 높아지면 하루 십 수 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사회와 생활이 굴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라 몸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휴일이 많은 여러 이유 중 하나에 불과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지금보다 빵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빵을 안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이다.

빵에 대해 더 파고들고 기술력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빵만 보이고 세상이 안 보이게 되면 어떤 빵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음식이나 술, 공예품, 음악 등 다른 모든 분야에서 자극을 받아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고, 지금보다 나은 재료가 없을지 안테나를 높이 세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찾아가고, 다양한 책을 읽을 시간도 필요하다.

그처럼 빵 이외의 것들과 만나는 시간은 기술을 부리는 사람으로서의 감성을 연마하고, 삶의 폭과 깊이를 더하며, 견문을 풍부하게 하고, 사회의 움직임을 느끼는 눈을 기를 수 있게 해 준다.

시대가 원하는 빵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 일과 생활이 하나가 된 삶에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정문주 옮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더숲, 2014. 22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