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숲길을 걷다..
벌써 그 숲길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다.
그래도 몸에서 가끔 숲 냄새가 난다..
한라산을 오른 다음 날, 조금은 지친 몸을 이끌고 숲을 찾았다.
그리 긴 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제법 긴 숲길이었다.
비가 잠깐 내렸다, 숲에서 만나는 빗줄기는 오히려 즐거움이다.
비가 내리는 소리가 참 예뻤다.
그렇게 하루 일정을 온전히 숲 길 위에서 보냈다.
오름 오르는 길들은 다 막혀 있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길을 따라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또 오름은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 ㅎㅎ
다른 분들 글을 보면
이 숲길은 봄과 여름, 가을 또 그 모습이 참 다르다.
모든 계절에 다 다녀보고 싶다^^
제주시내에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720번 버스를 타고 물찻오름 입구에서 내렸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제주시티투어버스도 들려가는 곳이기는 하다.
입구 비자림 숲은 대단하다.
물찻오름 출입제한이 올해 6월 30일까지로 연장된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런데 나중에 물찻오름 입구에서 그걸 모르고 온 가족을 만났는데 무척 아쉬워했다.
하긴 나도 오름에 올랐으면 좋았겠지만... 난 출입제한을 핑계로 좀 쉴 수 있었다^^
사려니숲길 안내판에 보니 도종환 시인이 쓴 '사려니숲길' 시가 소개되어 있다.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한라산 중산간 / 신역으로 뻗어 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 나도 그런 마음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서울 도시에도 사려니숲길 같은 생명과 치유의 길이 있을 것이다. 그걸 찾아야겠지..
숲에 있는 나무들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잘 만들어져 있다.
찬찬히 보고 배우면서 가는 것도 숲길 걷는 재미일 수도 있겠다^^
숲길을 걷다보면 가끔은 제주 특유 무덤을 만날 수 있다.
여기는 매우 넓다..
삶과 그 이후과 늘 이렇게 사는 마당 곳곳에서 함께 있다.
그것이 제주의 또 다른 삶의 모습..
숲길 전체에 안내판은 잘 마련되어 있다.
길은 길게 붉은 빛을 풀어가면서 이어져 있다.
그 위로 사람들 발자욱이 선명하다.
물찻오름 앞 안내판.
여전히 입산금지라서 오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한 번 더 가서 오르고 싶다..
이름도 참 예쁘다, 물찻오름..
물찻오름을 지나 조금 가면 성판악 쪽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 길도 막혀있다.
달리 다른 길로 갈 일은 없다.
그곳에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창으로 내다 보이는 숲은 또 색다르다^^
이 길로는 더 갈 수 없다..
길은 중간중간에 또 다른 모습 숲을 보여준다.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면서 숲과 교감할 수 있는 숲길,
월든길이라고 하던가?...
한참을 걸우니 삼나무 숲속 산책길이 나온다.
삼나무숲은 대단하다.
길을 잃을 것 같다...
이 길도 출입금지다..
사람이 가지 않아야 숲이 살아갈 수 있으니..
공존은 결국 사람에게 달린 문제..
이렇게 막아 두는 것이 최선인 것이 지금 우리 수준이라는 것이 아쉽다.
붉은 길에
그림자로라도 푹 빠져본다..
가친오름 안내판이 있지만, 오름은 보이지 않는다..
길도 흐릿하다.
그곳은 여기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네..
빈 의자..
길을 걷는 사람들이 쉬었다 가는 곳..
쉬었다 가는 사람 흔적도 바람에 실려 사라지고..
빈 자리에, 겨울 바람 살짝 쉬었다 간다.
길을 걸었더니, 한 끝에 도달한다.
붉은오름 입구..
이곳에서 시작하면 한참 오르막길이다.
교래리 쪽에서 시작하길 다행이다.
붉은오름 입구 버스정류장..
여기서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다시 제주시로 돌아왔다.
참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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