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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정해숙 자서전; 더불어 살아온 생명평화의 길>

<정해숙 자서전; 더불어 살아온 생명평화의 길>





전라남도 사서교사 1호이시기도 한 정해숙 선생님 자서전.

오늘 이 책을 사서 만져보고 있다. 

표지는 능화판 문양으로 예쁘게 만들고

양장에 약 450쪽에 이르는 책이지만,

정해숙 선생께서 살아오신 생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러나 선생께서 살아오신 일생처럼 책도 단단하고 묵직하다. 

열화당 영혼도서관 시리즈 중 한 권인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자서전을 펴내게 된 바탕에는 <한겨레>신문 연재가 있다.

그 때 가끔씩 살펴 읽었는데, 이렇게 묵직한 책 한 권으로 만들어 져서

더 잘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정해숙 선생은 학교도서관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흔적을 남기셨다.

책을 사서 잠깐 살펴보면서 색인을 보니까 

'전국도서관대회'가 두 곳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안 찾아보고 갈 수가 없다.


56쪽부터 몇 쪽에 걸쳐서는 사서교사가 된 이야기가 있다.

1964년 7월부터 8월까지 여름방학 동안 이화여대에서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과 함께

도서관 담당교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문교부 지정 사서교사 양성교육을 받았는데,

그 때 견학차 방문한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에서 이상적 교육의 한 전형을 발견했다고 하신다.

사실 도서관계에서도 제물포고등학교 도서관은 전설적이기도 하다.

1956년 3층짜리 별관으로 신축한 새 건물에 정식 사서교사가 4명이나 있었다..

지금 우리 학교교육과 도서관 사정으로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미 1960년대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도서관이 대부분 폐가제로 운영되던 시절에 이미 개가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밤늦도록 도서관 일,이,삼층 전체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으니까

인천시민들이 제물포고 도서관을 인천의 등대라고 합니다'라고 안내해 준 사서교사가

자랑을 했다는 이야기에서.. 왜 지혜의 등대가 생각나는지..

이미 우리에게는 한 마을, 한 학교의 등대가 되었던 도서관 역사가 있는데...

제물포고는 개가식 도서관 뿐 아니라 무감독 시험으로도 유명한데,

그 모두는 당시 길영희 교장 선생께서 학생들 양심교육을 위해 실시한 것이다.

이 무감독 시험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도서관은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현재에도 그곳에 그대로 도서관이 있다..

이후는 전남여고에서 사서교사로 개가식도서관을 운영하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서가 3명이나 있었다고 적혀있다..

1965년 5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도서관대회에 가려고 했으나

여교사라는 이유로 참석이 허락되지 않아 여가를 내고 자비로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또 하나의 전국도서관대회 이야기는 짧다.

(연세대에서 해직되었던 성내운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선생님을 다시 뵌 것은 1984년 부산대에서 열린 전국도서관대회 출장 때였다.

교정 곳곳에 '학생의 날 부활 기념 강연 성내운 교수'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1984년이라면 나는 서강대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이 대회에 갔었나? 간 기억은 없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대회와 관련해서도 몇 곳에서 언급을 하고 있다.

1979년 덴마크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해서 문화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 나는 도서관학과를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돌아보면 사실 이런 세계적인 도서관 모임이 있는지 몰랐던 것 같다..

1979년 이야기보다는 1976년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린 국제도서관협회연맹

세미나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끈다.

당시는 냉전시대라서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를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반쪽자리인 '세미나'라는 형식을 빌어 대회를 연 것이라고 들었다.

그 이후 무려 30년이 지난 2006년에야 공식적으로 대회를 서울에서 열었다.

1976년 당시 상황에 대한 정해숙 선생의 기록을 살펴보면

"전세계에서 온 외국 도서관인들에게 남산의 국립도서관을 차마 보여주기 민망해서인지

다른 여러 곳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나는 그때 목포여고에서 근무하며 한국도서관협회 이사로 참석했다.

그 무렵 동숭동에서 관악 캠퍼스로 옮긴 서울대를 중심으로

워커힐 호텔과 서울 시내 공공 도서관을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

한 나라의 지식 문화 정책의 핵심이라 할 국립도서관의 입지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편의적으로 결정하는 군부 독재 정권의 실상을 드러낸

'부끄러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남산 시절의 옛 중앙도서관을 떠올리면 새삼 우리의 도서관 정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남산 국립도서관은 해방 직후 1945년 10월 서울 소공동(현 롯데백화점 자리)에

국립도서관이 개관했는데, 1974년 말 남산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그 이전한 건물이 1970년 지은 어린이회관이었다.

어린이회관이 광진구로 이전하면서 그 건물을 국립중앙도서관으로 한 것이다.

정 선생은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 한 것이다.


정해숙 선생이 기록한 도서관 부문 역사도 새롭고 귀하다.

앞으로 전부 다 읽으면서 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챙겨봐야 겠다.




정해숙 자서전

저자
정해숙 지음
출판사
열화당 | 2013-06-2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더불어 살아온 생명평화의 길 『정해숙 자서전』. ‘유년과 학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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