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정부출연연구소 통폐합에 대하여
최근 정부의 개혁이 행정부를 넘어서 정부출연연구소 통폐합으로
가고 있다. 나는 정부출연연구소 자료실에 근무하고 있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우선 불안하다. 누군들
자기 자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신문지상 등에 실린
것을 보고 마음 편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자연계통 출연연구소들은 지금 일손을 놓고 우왕좌왕한다고
한다. 또 연구원 기능직으로 있던 30살 후반의 직원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살을 했다고 하는 기사도 접하면서, 정말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한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개혁은 <세계화>라는 깃발 아래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실은 선진국들이지만)들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
다는 생각에서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고
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목적으로 진행되는 개혁과 개편은
당연히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
에는 거의 그런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 우선 앞으로 세계는 정보
전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분명 그러한 양상이 하드웨
어 쪽에 집중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분명하게 소프트한 부분에 집
중될 것이다. 이미 영화산업 등은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따
라서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개혁은 멀지 않은 장래를 반영하
고 있어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내가 사서라서가 아니라도
쓸만한 정보기관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국가의 정보능력를 충실
하게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계적인 진
전을 꾀해야 한다. 나는 그런 첫번째 단계가 기존의 정보들을 담
고 있는 도서관 등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고속정
보통신망 등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길을 뚫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으로 그 길을 다니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우리 나라 정책결정가들이 그런 점에서 너무 무관심하거나 아예
무지하다고 생각한다. 초고속으로 다닐만한 정보도 제대로 없으면
서 길만 잘 닦아두면 무엇을 하는가. 출판계를 살려야 하고 도서
관과 각종 정보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정부개편에서 내가 아는 사
서 한사람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두부처가 통합되면서 자료실도
통합되었고 그에 따라 인원이 늘었다는 이유로 고참인 사서를 대
기발령한 것이다. 정부부처 내에서도 그렇듯 정보의 중요성을 현
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과연 잘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구심은 바로 내가 속해 있는 정부출연
연구소 통폐합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으
로 연결된다. 그 동안 열심히 모으고 정리한 자료들이 아마도 그
과정에서 많이 손상을 입을 것이다. 잘못하면 빈대 잡으려고 초
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제발 좀 신중하게 많은 사
람들의 의견을 듣고 천천히 방향을 잡아도 될 것이다. 또한 우리
는 정부가 그렇게도 잘 살게 해 주고 싶어하는 한사람의 국민이
다. 우리가 속한 기관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두려움에 자
살을 하는 사람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 한사람의 국민도 소중히
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한 다는 구호는 한낱 정치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용훈(blackmt)
최근 정부의 개혁이 행정부를 넘어서 정부출연연구소 통폐합으로
가고 있다. 나는 정부출연연구소 자료실에 근무하고 있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우선 불안하다. 누군들
자기 자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신문지상 등에 실린
것을 보고 마음 편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자연계통 출연연구소들은 지금 일손을 놓고 우왕좌왕한다고
한다. 또 연구원 기능직으로 있던 30살 후반의 직원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살을 했다고 하는 기사도 접하면서, 정말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한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개혁은 <세계화>라는 깃발 아래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실은 선진국들이지만)들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
다는 생각에서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고
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목적으로 진행되는 개혁과 개편은
당연히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
에는 거의 그런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 우선 앞으로 세계는 정보
전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분명 그러한 양상이 하드웨
어 쪽에 집중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분명하게 소프트한 부분에 집
중될 것이다. 이미 영화산업 등은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따
라서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개혁은 멀지 않은 장래를 반영하
고 있어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내가 사서라서가 아니라도
쓸만한 정보기관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국가의 정보능력를 충실
하게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계적인 진
전을 꾀해야 한다. 나는 그런 첫번째 단계가 기존의 정보들을 담
고 있는 도서관 등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고속정
보통신망 등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길을 뚫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으로 그 길을 다니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우리 나라 정책결정가들이 그런 점에서 너무 무관심하거나 아예
무지하다고 생각한다. 초고속으로 다닐만한 정보도 제대로 없으면
서 길만 잘 닦아두면 무엇을 하는가. 출판계를 살려야 하고 도서
관과 각종 정보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정부개편에서 내가 아는 사
서 한사람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두부처가 통합되면서 자료실도
통합되었고 그에 따라 인원이 늘었다는 이유로 고참인 사서를 대
기발령한 것이다. 정부부처 내에서도 그렇듯 정보의 중요성을 현
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과연 잘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구심은 바로 내가 속해 있는 정부출연
연구소 통폐합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으
로 연결된다. 그 동안 열심히 모으고 정리한 자료들이 아마도 그
과정에서 많이 손상을 입을 것이다. 잘못하면 빈대 잡으려고 초
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제발 좀 신중하게 많은 사
람들의 의견을 듣고 천천히 방향을 잡아도 될 것이다. 또한 우리
는 정부가 그렇게도 잘 살게 해 주고 싶어하는 한사람의 국민이
다. 우리가 속한 기관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두려움에 자
살을 하는 사람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 한사람의 국민도 소중히
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한 다는 구호는 한낱 정치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용훈(black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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