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오래 전에 쓴 내 글을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된다. 이 글도 내가 <문화연대>에 쓴 글인데, 부산대학교 이용재 교수가 강의 등을 위해 싸이월드 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문화경영 포럼>에 올려져 있는 것을 슬쩍 되찾아(?) 온 것이다. 도서관도도서관의 기능과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로서 사회 속에 서 있어야 한다. 2005년에 쓴 글인데, 원래 올려져 있던 곳으로는 링크가 되지 않는다.
도서관, 건축과 대화하자
이용훈 작성일: 2005-12-09
출전 - <문화연대> 문화쟁점 http://culturalaction.org/weekly/maynews/read2.php?table=organ&item=2&no=2262
도서관 건축은 도서관의 존재가치를 드러낼 수 있어야
얼마 전 홍대 앞 ‘아름다운 가게’ 책 코너에서 책 한 권을 샀다. 1999년 8월에 발간된 <한국건축100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1999년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조직위원회와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개최한 같은 이름의 전시회(1999.8.31-10.28)의 도록이다. 당시 전시회를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그 도록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기적의 도서관 건립 과정에서 어렴풋하게 건축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사실 건축은 단순한 건물을 세우는 것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지난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건축이 걸어온 100년의 역사를 담은 책이라 놓고 나올 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필자가 일하는 분야인 도서관 건물도 여럿 소개되어 있다. 1959년의 공군사관학교 도서관 (115쪽), 서울 남산 시립도서관 (191쪽),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199쪽), 한양대학교 도서관 (204쪽), 중앙대학교 도서관 (207쪽), 제주 시립 탐라도서관 (227쪽), 건국대학교 상허기념도서관 (288쪽), 우당도서관(육군사관학교 내) (349쪽)가 소개되었다.
이 중에서 중앙대학교 도서관은 11월 3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제6차 회의에서 혜화동 성당, 청량리역 검수차고 등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서울지역 근대문화유산 25건의 근대문화유산 문화재등록 예고 내용 중에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건물이 포함되었다. 문화재청 보도자료(11월 14일)에서는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은 1958년에 건립된 건물로. 지상 3층의 수평적인 건물에 8층 높이의 탑을 세워 랜드마크적인 요소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모더니즘 건축의 미학적 완성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건축구법 및 재료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포함한 8개의 대학교육 관련 시설물들은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고등고육의 시작을 알리는 건물들로 교육사적, 건축사적 가치가 큰 건축물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선정의 이유라고 밝혔다. 이번 예고가 확정되어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이 문화재로 등록된다면,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사적 제286호, 서울 성북구 안암동 소재, 1981.09.25 지정), 목포시립도서관(사적 제289호, 전남 목포시 대의동 2가 소재, 1981.09.25 지정), 정독도서관=화동 구 경기고교(등록문화재 제2호, 서울 종로구 화동 소재, 2002.02.28 지정) 등과 더불어 국내에는 모두 4개관이 문화재등록 도서관이 될 것이다.
한국건축 100년을 돌아본 전시회 이후 2000년대에 새로 건립된 도서관들은 이전 도서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우 쓸모있고, 그러면서 의미와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10개 기적의 도서관을 비롯해서 공공도서관이나 대학교 도서관들도 건축상을 받는 등 건축적 성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 편으로 과연 지금의 도서관 건축은 도서관다움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를 되물어 보게 된다. 사실 도서관 부문 건축에 관한 제대로 된 책도 구해보기 쉽지 않다. 매년 수십 개의 도서관이 새로 건립되면서도 그 과정과 성과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 것은 그만큼 도서관 부문에서의 건축적 관심이 부족한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여전히 도서관에서 장서와 전문가의 서비스가 중심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임에도 도서관계에서는 도서관 건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앞으로는 도서관계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가 진전되어야 할 것이며, 건축계와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
도서관을 건립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역시 도서관이 존립하는 또는 존립해야 하는 목적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 것일 것이다. 즉, 21세기 우리나라 도서관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의 결과가 건축과정을 통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어린이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기적의 도서관’은 이전의 도서관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건물을 설계하기 이전에 과연 도서관이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먼저 고민했고, 건축과정에서는 그러한 고민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과연 지금 건립되고 있는 도서관들은 무엇을 하기 위한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상 도서관 건축 과정에 있어 도서관 전문가들이 제대로 결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도서관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도서관 건립을 처음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도서관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해 건축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건축적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도서관 전문가를 고용해서 건축 과정 내내 참여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건물이 완공된 이후에 자주 건물을 고쳐야 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도서관을 새로 건립하는 경우에는 기획단계부터 도서관 전문가도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건축 기획단계부터 도서관의 쓸모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충분히 반영해서 제대로 된 건물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도서관 건축의 시작은 도서관 입지를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 2005.7.1 건설교통부령 450호] 의 제6절에는 도서관(여기서는 학교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은 제외되어 있는데, 그것은 두 도서관은 학교 내에 설치되기 때문에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에 관한 시설의 결정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아래의 내용에서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적은 도서관이나 분관은 이용자가 도보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지금 우리 주변의 도서관들을 한 번 찾아보자. 아직도 공공도서관이 접근성이 좋은, 소위 목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는 여전히 부족하다. 기본부터 잘 챙기는 것이 새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제6절 도서관
제102조 (도서관) 이 절에서 "도서관"이라 함은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제2조제4호·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에 의한 공공도서관·전문도서관 및 특수도서관을 말한다. <개정 2005.7.1>
* 밑줄 친 부분은2007년 4월 5일부터「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이 「도서관법」으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관련 법 조항도 제2조 4호(공공도서관)와 7호(전문도서관)로 바뀌어야 한다. 예전 법률에 있던 특수도서관은 새 법에서는 공공도서관에 포함되었다. 현재의 법조문은 "제102조(도서관) 이 절에서 "도서관"이란 「도서관법」 제2조제4호에 따른 공공도서관 및 같은 조 제7호에 따른 전문도서관을 말한다. [전문개정 2008.9.5]"이라고 되어 있다.
제103조 (도서관의 결정기준) 도서관의 결정기준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지역의 특성과 기능에 따라 도서관의 적절한 계열화를 도모할 것
2. 규모가 큰 도서관이나 도서관의 본관은 도심지로서 이용자가 접근하기 쉽도록 대중교통수단의 이용이 편리하고, 위치를 확인하기 쉬운 곳에 설치할 것
3. 규모가 적은 도서관이나 도서관의 분관은 대부분의 이용자가 도보로 접근할 수 있도록 근린주거구역 또는 지역단위로 설치하고, 보행자전용도로 및 자전거전용도로와의 연계를 고려할 것
4. 지역별 이용인구에 따라 주민이 골고루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정한 배치간격을 유지할 것
5. 도심지에 설치하는 도서관은 이용자를 위한 주차장·조경 등 부대시설을 확보할 것
6. 눈에 잘 뜨이는 장소로서 대지가 평평하고 도로에서 출입이 편리한 장소에 설치할 것
7. 장래의 확장에 필요한 면적과 교통시설의 확대, 이동문고차의 운행 및 조경을 위한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로 할 것
8. 학교 및 문화시설 등 관련시설과 연계되는 지역에 설치할 것
제104조 (도서관의 구조 및 설치기준) 도서관의 구조 및 설치에 관하여는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개정 2005.7.1>
*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계가 나서서 도서관 건축상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물론 전체적인 건축상에서도 도서관 부문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사실상 도서관 관점을 확산을 위해서는 도서관 쪽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2003년 한국철강협회 강구조센터가 매년 주관하는 제6회 강구조건축물 설계 공모전이 그 주제를 ‘정보도서관’으로 하여 강구조 특성을 고려한 21세기 정보 도서관이자 지역주민의 교양 고취 및 정보교환을 위한 공공기능, 미래 지향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시설 구현으로서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는 대학 교육과정에서도 문헌정보학과와 건축학과가 학문적인 대화를 더욱 확대되기를 또한 희망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도 최근들어 새로 건물을 짓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06년 5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개관할 예정이고, 2008년에는 국립디지털도서관 개관을 위해 이번 겨울 공사를 시작한다. 국회도서관도 현 건물 옆에 새로 건물을 짓고 곧 일부 이사를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서관을 대표하는 도서관들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지 사뭇 기대된다. 그 도서관들이 먼저 도서관의 존재가치를 잘 드러내는, 도서관다움을 제대로 가진 도서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 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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