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은 다만 낡은 것이나 필요성이 떨어진 책이 아니라, 그냥 아직 적합한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책이다. 도서관 사람들이 공부할 때 배우는 중요한 도서관 원칙인 '랑가나단 5법칙'의 하나가 '모든 책은 그에 적합한 독자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고, 그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그 책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헌책방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 책을 필요로 하는 그 사람을 기다리는 긴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왠지 헌책방에 들어서면 낯설지 않은 것은, 헌책방은 바로 오랜 과거에서부터 오늘의 나를 기다려 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요즘 사실 헌책방이 자꾸 사라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난 토요일 부산에 갔었다. 금요일 밤에 해운대에 도착해서 친구를 만나 신나게 보낸 다음 아침날, 토요일.. 뭘 할까.. 그래서 해운대에서 배를 타고 부산 중심으로 나간 후에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가 보기로 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방송한 이후로 그곳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지역에서 먹고 마시고, 그냥 노는 것 이외에도 할 만한 일, 가 볼 만한 곳이 있다면 우리의 관광도 조금은 더 매력적이 되지 않을까.. 부산에서 또 한 곳, 가 볼 곳이 생겨서 다행이다. 요즘 자주 듣기만 한 보수동 헌책방을 가 봤는데, 낮이어서 그랬나.. 어쩌면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어슬렁 거리면서 사람들이 많아질 때 쯤이면 좀 더 매력적일 것 같다... 이번에는 그냥 초기 답사라고나 할까. 일단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헌책방 골목을 어슬렁 거리기 위해 한 번 미리 가 보고 싶었다.
*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말해주는 안내 기둥.. 이곳저곳 공사 중이었다.. 늘 어디서든 과거에서도 새로움을 찾는 노력은 계속되는가 보다.. 책을 읽으면서 매일 하루하루 새롭게 거듭나야 하는데.. 읽을 책은 어디에 있을까?
*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서 처음 만난 책방이자 북카페... 꽤 크고, 내용도 아기자기 재미있고, 책에 의미도 담겨 있고... 책 한 권 샀다. 다만 커피 한 잔 마시지는 못했다. 역시 다음을 기약하고...
* 헌책방 골목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직은 좀 빈 거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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