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세월의 무게를 안고 성장한다... 오랜 세월을 묵은 도서관은 그 자체로 도서관 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의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 사는 세상의 포근함.. 그런 것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은 오래된 미래'라고 믿는다.. 오늘 우연히 그런 무게를 가졌을 것 같은, 그래서 '도서관 속의 우리 삶'을 주제로 기획전시회를 열 수 있는, 그런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뒤쳐졌다고도 할 수 있는 '고등학교 도서관'이다. 중앙 중고등학교가 개교한 지 101주년이 되었나 보다.. 100년의 세월의 무게는 과연 어떨까? 그 학교에 인문학박물관이 있는데, 그 박물관이 도서관을 주제로 특별 기획전시를 한다고 한다. "수레바퀴 밑에서展은 지난 한 세기를 거쳐 온 중앙고등학교 도서관의 소장 도서들 중에서 100년 역사를 가진 학교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근ㆍ현대 교육문화 정책의 자취들과 그 속에 존재하는 근ㆍ현대성의 알레고리를 되짚어 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입니다." 라는 전시 기획 의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런 전시는 100년의 세월을 실제로 지내 온 학교나 도서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런 전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기획전시로 "중앙고등학교 도서관 속의 우리 삶"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믿는다. "학창시절의 손때 묻은 도서 속에서 배움의 한 시기 동안 보이지 않는 문화의 보고(寶庫)로 도서관이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답게 생의 한 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것인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는 말에서는 도서관 사람으로,도서관이얼마나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잡아 왔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시회가 8월 14일까지는 열린다고 하니 꼭 한 번 가 봐야겠다...
사실 나도 지금 사서의 길을 걷는데, 고등학교 도서관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물론 내가 다닌 학교에 도서관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인지 3학년인지 때에 사서교사가 오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문예반원이라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책 정리를 도와드리면서 비로소 도서관과 사서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사서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결론은 도서관학과를 입학하고 지금까지 사서로 살고 있는 것이다. 우연한 계기에 나도 책과 도서관의 세계에 빠져 버린 것이지... 지금 나는 사서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글세 내가 학교도서관에서 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 옆길로 빠졌다.. 중앙 중고등학교 도서관의 오늘 속에서 그 학교와 그 학교를 거쳐간 수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한 때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전시회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가 보기를 바란다.
* 아래 내용과 사진은 중앙고등학교 내 인문학박물관 홈페이지 안내를 그대로 가져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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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등학교 내 인문학박물관은 중앙 중ㆍ고등학교 개교 101주년을 맞아
인문학박물관 첫 기획전시로 다음과 같은 특별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인문학박물관 기획전 志 1
<수레바퀴 밑에서>展
- 중앙고등학교 도서관 속의 우리 삶 -
2009.6.20-8.14 (10:30-5:30)
일반오픈 2009.7.1(무료관람)
중앙고등학교 내 인문학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기획전시 개요
<수레바퀴 밑에서>展은 지난 한 세기를 거쳐 온 중앙고등학교 도서관의 소장 도서들 중에서 100년 역사를 가진 학교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근ㆍ현대 교육문화 정책의 자취들과 그 속에 존재하는 근ㆍ현대성의 알레고리를 되짚어 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입니다. 전시된 도서들과 자료들은 주로 중앙고 개교 이후 해방 이전까지 교사와 학생들이 사용한 참고문헌과 교재들이거나 또는 해방 이후 6ㆍ70년대 우리 현대문화의 방향과 문화교육 정책을 보여주는 것들입니다. 이 책들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 문화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가치관을 담고 있다고 보이기에 이러한 주제로 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학창시절의 손때 묻은 도서 속에서 배움의 한 시기 동안 보이지 않는 문화의 보고(寶庫)로 도서관이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답게 생의 한 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것인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획전시 구성
° 중앙고등학교 고서(古書)의 증언
- 일제강점기 이전과 이후, 수업용이거나 참고서 등 기타 독서물로 소장된 고서들로 당시 수업 내용의 단면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일제의 <조선사편수회>에서 출간된 자료들도 볼 수 있고, 당대의 대표적인 출판사들에서 간행된 다양한 책들이 골고루 소장되어있다. 근ㆍ현대 1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넘겨온 고등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당시의 책들을 통해 우리 정신사의 여정, 인문학의 발전 면모에 대해 살펴보는 중요한 작업들이 아직 우리 역사에선 과제로 남아있다.
° 역사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도서관
- 이념대립을 넘기 위해, 역사의 전망을 찾기 위해 던져진 우리 현대사의 다양한 기억투쟁들이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다.
해방 이후, 우리의 민족사관(民族史觀)과 국가관, 사회관 형성은 근․현대기 세계사의 이원적 이념갈등 체제와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근․현대 국가로의 진입 시기는 세계적 이념대립 시기와 맞물려 있었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제국주의화 역사는 우리 근․현대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중들의 근․현대에 대한 역사적 경험도 이념갈등 문제를 넘어가기 힘들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한의 이념갈등에 이어 6․25 전쟁을 거치면서 겪은 대중들 각자의 서로 다른 가치관에서 오는 역사에 대한 기억과 해석의 차이는 해방 이후 현대화와 민주화를 위한 사회통합의 문제에서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강력한 정치적 통제에 의한 이념적 억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어온 것이 우리가 겪은 역사였다. 그리고 이 역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생활을 기대하며 인생의 길을 묻는 도서관
- 중앙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현대문화 관련 기초 학습자료들과 현대생활에서 특히 학생들에게 인생의 길을 제시하는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다.
해방 이후 남한은 자유민주주의를 기초로 하는 신생 독립국으로 현대적 산업화 시대를 지향하게 되면서 지식인들과 대중들 사이에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이념, 모더니즘 담론이 본격적으로 수용, 전파된다. 이때는 해방 이전 유럽에서 나타난 현대성의 문화이념 수용과는 달리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혹은 모더니즘 문화가 본격적으로 학계와 예술계, 대중문화에 퍼져나간다. 당시의 다양한 출판물에는 이런 사회문화 현상들이 반영되어 있고, 이러한 책들에서 얘기하는 바들은 여전히 현대사회에 대한 우리들의 관념 형성의 기저에 깔려있다.
° 위로부터의 교육, 아래로부터의 교육의 길을 묻는 도서관
- 중앙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우리 교육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문민정부 들어선 이후 사회 전반이 일정하게는 민주화되고 있다고 하나 현재 사회 근간에는 아직도 지난 6ㆍ70년대처럼 집단주의적 국가․사회 재건 의식이 마치 우리 생활의지의 모태인양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6ㆍ70년대 현대문화와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실제로는 이런 집단주의적 정서와 원칙적으로 다른 가치관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뿌리에서 나온 서로 다른 꽃인양 동시에 지식인과 대중의 인문적 교양으로 인구에 회자됐던 것이다. 하향적 가치관으로는 집단주의가, 상향적 가치관으로는 현대적 자유주의와 문화주의가 오랫동안 동시에 병존해오면서 우리들의 문화적 정체성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이후 우리 교육제도와 정책은 이런 문제들에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 현대주의와 집단주의를 교육의 이름으로 끌어안고 가는 교육은 우리 사회의 가장 충실한 공복(公僕)이었다. 집단주의와 현대주의가 실제적으로 충돌하면서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은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 개인의 문제로 남아야했다.
° 생활의 규범과 기준의 의미를 묻는 도서관
- 선별된 ‘모범’의 (히)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동서고금의 모든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위인들의 삶에 대해 들려준다. 이를 위해 사회는 위인들을 선별하고, 이들의 일생을 서사화하여 제시한다. 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사(古事)를 선정한다. 특히 동양권의 문화에서 교육은 이렇게 선별된 인물이나 고사 중심으로 이어졌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을 지명하거나 가장 잘 쓴 문장을 골라 세계나 민족의 문화 혹은 지성의 선집이니 위인전이니 하는 타이틀로 묶어 제시하는 방식을 ‘문화’와 ‘가치’를 대중화하는 한 방편으로 삼았다. 사회를 원하는 바에 따라 빠르게 교화시켜나가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리라. 이렇게 가치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은 어쩌면 가장 쉽고도 빠르게 상대방에게 선별자의 의지를 전달하는 방편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존재한다.
기획전시 행사
인문학박물관에서는 <수레바퀴 밑에서>展 관람기를 모집합니다. 들어온 글들은 자체 심사를 통해 인문학박물관 홈페이지에 발표하고자 합니다. 잘 쓴 문장보다는 좋은 주제와 신선한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글을 선발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발된 글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인문학박물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발표와 토론의 시간도 가지고자 합니다. 채택되신 분께는 인문학박물관에서 제공하는 머그컵을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기획전과 관련된 모든 행사의 참여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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