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비가 좀 오시더군요..
그런데 제주는 어제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이런 날에 길을 걷다니, 참, 미쳤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말 가끔 숲길을 걸을 때 빼고는 그저 가릴 것 없는 너른 들녘을 걸었습니다.
물론 그 들녘에서는 농사가 한창이거나, 공사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나야 그저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 조금 좋게 말하면 올레꾼이었을 뿐이죠.
제주시에 들어와 탄 택시, 기사분께서 올레라는 것이 동네사람들이 늘 걷던 그런 길인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니까 뭔가 대단한 것처럼 생각되는 것 아닌가 하시던데..
그렇죠... 도시에도 올레할 길이 있죠..
(참, 기사분은 고향이 저지리라고 하시네요... 아직도 거기에 사시는 가족분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관광이라는 것이, 사실 그곳에 사는 사람과의 스침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글쎄,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가끔 동네 분들에게 길을 묻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를 못했습니다.
아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지난 이틀간 걷기에서도 제주도의 맛난 인심을 만났었네요...
우선 처음은17일11코스 올레를 시작했을 때 상모1리 마을회관 조금 지나서 만난
올레상점에서는 잠시 길게 쉬면서 컵라면 먹었는데, 그 때 주인 분들과 동네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깐 나누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물외(오이)와 참외도 거저 주셔서 받아 오기도 하고,
또 거기서 조금 걷다가 물외밭에서 만난 어느 부부께서도 물외 2개 주셔서 또 냉큼 받아오고..
그리고 어제 12코스 올레 때에는 차귀도가 보이는 자구내포구에서,
아마도 동네 혹은 학교 선후배 같은 4분의 중장년 분들이 낚시 후에
맛나게 술 드시는 자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싱싱한 회도 먹고, 술도 몇 잔 마시고.. 그 분들은 우리 부부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
아주 즐거운 자리를 열어주셨습니다. 그런 분들의 성함도 모르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넉넉하고 따스한 마음을 열어 주신 분들이 있었네요..
아차차, 첫 날 모슬봉 내려와서 힘들게 길을 걷고 있는데, 아주 새롭게 생긴 차 한 대가
지나가다가 서시더니, 운전하시던 어르신께서 태워주랴 하시더군요..
한 참 전에 한 번 길가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아마도 무더운 날 걷는 것이 안타까워 보이셨는지
가시던 길 차 세우고 태워주려 하셨죠.. 그래도 올레 중이라 그냥 가시라고 했습니다.
그 어르신도 기억이 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아무튼 정말 뜨거운 날에 12코스 17여 킬로미터를 걸었습니다.
몇 번의 작은 등산길도 있어 오르락 하기도 하고,
몇 번은 바람 거센 바닷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오후 올레를 마치고 제주시로 들어오는 시외버스를 타니
에어콘에 너무도 시원했습니다.
걷는 동안 바람이 그렇게도 고마웠으면서도, 간사하게, 에어콘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맨 살은 온통 빨갛게 달구어졌습니다..겨우 찬물로 몇 번 달래고,
화상 방지를 위해 화장품 비슷한 것도 바르고 하면서
고생한 피부를 달라야 했죠..
제주시에 들어와서는 얼마 전 새로 개관했다는 제주도립미술관 들렸다가
덤장에 들러 저녁 잘 먹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남은 게, 아픈 발바닥과 그을른 살깣... 그리고 사진 몇 백 장..
자세한 기록은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해야겠습니다.
그냥 오늘까지는 이렇게 갔다 왔다고, 짧게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 아래 12코스 길 안내 그림은제주올레에서 가져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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