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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경영학석사 선서와 도서관인 윤리선언

아침에 경향신문을 읽다가 김우창 이대 석좌교수가 쓰신 "[시대의 흐름에 서서]‘경영학석사 선서’"에서 신선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건 미국 하바드대학 경영대학원 최근 졸업생 반 이상이 ‘경영학석사 선서 (The MBA Oath)’라는 것에 서명을 하고 졸업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 글 앞부분은 이렇다.

최근 외국에서 전해오는 작은 뉴스 하나는 미국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졸업생의 반 이상이‘경영학석사 선서 (The MBA Oath)’라는 것에서명하고 졸업했다는 것이다. 이 선서의 원형이 된 것은 의과 졸업생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이다. 의과 졸업생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의사로서의 윤리적 의무를 다할 것을 선서하듯이, 경영대학원 졸업생들도 기업 활동에 있어서 윤리 규범의 준수를 선서하는 것이다.

기업활동의 도덕적 의무 다짐

이번 선서는 졸업 예정자 한 사람의 발상이었지만, 900여명의 졸업생 중 반 이상이 이 선서에 동참했다. 그리고 다른 경영대학원 졸업생 사이에도 동참자가 확산되어 올 여름의 경영대학 졸업생들 1400여명이 선서문에 서명했다고 전한다. 졸업생 전원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것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풍토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선서자들의 선서가 대중적 압력 때문이 아니라 각자가 생각해본 다음에 취한 결정임을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 김우창 교수의 글 전체보러가기

하버드대학 뿐 아니라 여러 다른 대학도 일부 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좀 놀랐다. 그리고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역사 발전 과정의 한 사례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세계 경제 위기의 근간이 어찌보면 인간의 탐욕, 그리고 그 탐욕이 가능하도록 한 윤리적 의무를 등한시한 경영자들, 그 다수가 아마도 MBA 출신일테니까,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기업 경영이나 경제 전반에서도 이익 창출에 대한 사회적 제어장치, 그리고 내적 제어장치라고 할 수 있는 윤리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MBA 출신들의 자각이 이렇게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 도덕적 의무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선언문에 서명하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리라...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하는 양심'을 가진 경영자가 되겠다는 것, 그래야 이익에만 매몰된 결과 세계 수 많은 사람들을 경제 위기에 빠뜨리고, 사람답게 살 권리와 기회를 무너뜨리는 이런 잘못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게 될 것이다.

홈페이지가 있을까 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있다. 거기에서 선언문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참여자 명단도 공개되어 있다. 단지 서명만 하고 자신만 알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렇게 명단을 공개하고 있으니, 서로간 연대도 되고 또 지속적인 자극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명단을 보니까 미국 대학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전 세계 여러 나라 대학 졸업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출신도 몇 이름이 보이는데, 인도나 홍콩, 베트남 학교 출신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출신들은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그 홈페이지에 올려진 명단은 모두 1542명이다.

* The MBA Oath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이야기를 보다가 우리나라 도서관 부문에도 이와 유사한 선언문이 있다는 사실에 다다랐다. "도서관인 윤리선언"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이런 선언들이 있다. 우리나라 선언은 사서를 포함해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를 도서관인이라고 말한다,이 일을 수행함에 있어 지켜야 할 윤리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1997년 한국도서관협회가 제정한 것으로, 지금새롭게 자격증을 받는 사서들에게는 협회에서 자격증과 함께 이 선언문도 보내주기도 했었다. (요즘은 사서자격증 소개 책자 뒤에 간략한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보내준다). 위의 이야기를 듣고혹시도서관 사서들도이런 것을 자발적인 서명운동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뭐 MBA 출신들이 맞닥뜨리는 세상과 사서들이 일하는 도서관 현장에서의 문제가 규모 면에서나 윤리적 면에서나 크게 다르겠지만, 그래도 도서관 사람들도 이용자라는 서비스 그룹을 대상으로 지식과 정보, 문화와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 밖으로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도서관인 윤리선언"을 되짚어 보고, 사회 속에서 다양한 관점과 압력, 태도를 공식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인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오늘 다시 그 선언문을 꺼내 읽어본다. 이 선언문을 작성할 때 나도 그 작성을 책임졌던 위원회 위원이었다.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지금 다시 선언문을 읽으면서 그 때의 그 마음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반성한다...

*"도서관인 윤리선언" 보러가기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 이 그림은 The MBA Oath 홈페이지 일부를 갈무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