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기사가 미리 나왔다면 나주 가서 좀 더 행복한 걷기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17일(화) 나주시를 다녀왔는데, 그 주말에 'esc' 섹션에서 "연애고샅 걷다가 정분 나겠네"라는 제목으로 나주 읍성터 안팎을 걷는 길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나주읍성 동문에서 남문과 도심 곡목을 거쳐 서문터 밖 향교까지 5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지도도 보기좋게 만들어 실었다. 내가 나주시를 방문한 날 오후, 나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지도 한 장 구하기 힘들었다. 인터넷을 접속해서 근처에 동문(동점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단 거기에서 길을 시작하기로 했었다. <한겨레신문> 기사도 거기에서 시작했다. 얼마 전 복원을 한 동문은 좀 쓸쓸해 보였다. 수원성과는 또 다른 분위기... 쌀쌀한 날씨에 그 문에 선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천 건너 산 위에 정자가 보였지만, 일단 나는 그냥 차길을 따라 나주공공도서관을 찾아가는 길을 잡았다. 조금 걸어 가서 왼쪽으로 꺽어 가니 남고문이 서 있다. 역시 문 혼자 외롭게 차길 가운데 서 있다. 가는 중간에 나주나씨 삼강문이 있었다. 그냥 담장 너머로 슬쩍 둘러볼 수 밖에.. 남고문에서 도서관 쪽으로 길을 잡았다. 도서관을 바라보고 옛 건너편에 옛 건물이 하나 눈에 띈다. 옛 나주경찰서 건물이라고 한다. 지금 누군가가 사용하고는 있는 것 같다. 그 건물을 끼고 난 길을 따라 걷다. 금성관을 들어선다.. 금성관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국 주요 거점도시에 짓고 왕을 상징하는 전패·궐패를 모셨던 지방궁궐의 하나라고 한다. 안마당 한쪽엔 불망비·선정비·기념비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 전체적으로 널찍하고 한적하다. 아직도 손을 보고 있는 중인가 보다. 그 너른 공백이 마음에 든다... 더 오래오래 있고 싶었지만 발길을 재촉한다. 금성관 담을 따라 가다가 다시 정수루 쪽으로 길을 잡는다. 정수루 근처에 작은 누각 하나가 있다. 정수루는 나주관아로 드는 정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냥 나주목문화원 앞 주차장에덩그렇게 서 있을 뿐.. 바로 옆에는 시장이 있고 그 앞쪽으로 나주목사가 거처하던 목사내아(금학헌)이 있어 잠깐 들어가 본다. 지금은 여행객들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뉘엇 해가 지면서 불을 밝힌 방이 몇 개 보인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과객처럼 슬쩍 내아 안 마당을 둘러보고, 돌담을 비집고 솟은 팽나무, 500년이 넘었다는 그 나무의 저녁 자태를 바라보다 문을 나선다. 나의 짧은 나주 걷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한겨레신문>에서 소개한 5킬로미터 길 가운데 나는 중간 부분을 짤라 짧게 걸어 보았다.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천천히 그 길들을 걸어보고 싶다. 또 다시 가 볼 수 있다면 "나주의 막노동꾼에서부터 문화예술인까지, 학생에서부터 은퇴한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가 밤낮으로 즐겨 찾아 잔을 기울인다는 수미소주방"에서 소주 한 잔 마시고도 싶다... 참, 이번 여행길에서는 1박2일에도 나왔다는 그 곰탕집에서 늦은 저녁으로 곰탕을 먹었다. 맛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광주송정역까지 달려와 KTX 마지막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 <한겨레신문> esc 나주시 걷기 관련 기사 보러가기
* 내가 걸어다녔던 길을 표시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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