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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시] 처음 사람을 만나서

처음 사람을 만나서

山을 두고 들이 말하기를
첩첩이라 한다
山은 들을 보고
광활하다 한다

그리곤 둘은 만나
이곳저곳에 멋대로 선을 그어두고
그 線 위에다
마을도 두고, 짐승도 두고
저녁 밧집는 연기도 두고 살면서
세월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작은 괭이로 한 뼘만
파 보아도
아, 그 속은 온통
짙은 눈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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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2. 黑山

여전히 기차 안에서 더 긴 사색이랍시고 한 결과
혼자 하는 여행길이라 외로움이 더 했을까?
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슬픔인가
우리가 태어나 처음 만났을 저 평화로운 땅을 두고 나는 왜
괭이질을 생각했을까.... 못난 사람일게다
어디고 길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선뜻 창 밖으로 손을 내밀지 못하는 두려움으로
내내 웅크리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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