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얼마 전 전세계를 상대로 자신들이 저작권자들과 화해한 내용을 공지하면서 거대한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에 다시 적극 나섰다는 것에 대해 사실 생각 밖으로, 또는 생각한 대로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도서관계나 출판계 등에서 어떤 입장인지, 또 어떤 대응을 하려고 하는지 등등에 대해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그런데 봄기운이 가장 먼저 들리는 제주도에서 이에 대해 안타까운 이야기가 들렸다.
"설날 전후, 저는 아주 심각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1만6,000명 필자로부터 향후 저작물까지 전송권을 위탁 받고, 국내 열람 순위 3위, 전자책을 만들어 올리면 포털 사이트로 연결되어 저자 블로그로 와서 읽고, 저자 30%ㆍ 출판사 20%를 배당하는 '한국디지털종합도서관(www.kdlib.com)'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가 하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교수 봉급으로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워, 지난 가을 회원들에게 한 달에 차 한 잔 값 협회비로 함께 구축하자고 제안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고, 연말에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해당 부처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해당 법령이 없다고 거절 당했기 때문입니다."로 시작된 이 디지털종합도서관 윤석산 제주대 교수가 쓴 한국일보 컬럼(2.19.)을 나중에 읽었다. 한 개인이 광대한 디지털도서관을 구축한 지도 꽤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 도서관에 대해서 묻는 분들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디지털종합도서관'이라는 이름의 활동을 전개하는 디지털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제주에 몇 번을 갔어도 한 번도 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분들과 만나본 적도 없다. 그러나 대체로 잘 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컬럼을 읽고서 이 도서관도 큰 위기에 처해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구글 때문에 사업을 정리하려던 마음을 되돌려 어떻게든 우리의 지식과 문화 자산이 구글이라는 거대기업의 자본에 묶어, 결국 우리가 우리 것을 비용을 내고 봐야 하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한다는 이야기에서, 뭔가 우리가 좀 더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윤 교수의 컬럼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그보다는 구글의 계획이 실현되면, 2,3년 안에 우리 저작물을 저들에게 열람료를 내고 봐야 하고, 저들의 공개범위 조절에 따라 우리 학술 문화가 조절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시인으로서, 교수로서, 우리의 학술 문화 주권을 넘겨주고 속국이 되는 것을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절하게 전 국민에게 청원합니다. 정부는 제가 구축하던 도서관을 지원하거나 인수하고, 회원들은 차 한 잔 값으로 자신의 저작권을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기업이나 개인이 후원하면 도서관 이름을 후원자 명의로 바꾸어 길이 후손들이 고마워하도록 만들 테니 도와주시기를 빕니다."라고. 컬럼의 제목은 "전 국민에게 드리는 마지막 청원"이다. 이 청원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컬럼을 읽고 정말 오랜만에 디지털종합도서관 홈페이지를방문했다. 아직 전체 화면에서는 컬럼에서 느낀 그런 위기감이 확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컬럼에서 저간 사정을 짐작해 보면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정부에도 도움을 요청했는가 본데, 정부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나 보다. 대신정부에서 큰 규모의 디지털도서관을 건립하고 개관을 준비하고 있고, 많은 주요 기관이나 도서관들이 모여 '국가전자도서관'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실 디지털도서관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태도 혹은 입장은 아무래도 예전과 달리 '협업' 정신이 아닐까? 관련되는 기관이나 도서관, 업계 등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서 공동으로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도서관 문화, 더 풍부한 지식과 정보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구글이 일을 추진해 나가는 방법이 어찌보면 이런 협업, 즉 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자신들의 장점과 역량을 최대한 발현하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방식.. 우리도 이젠 좀 더 자신의 한계를 넘어 전체와 함께 하는 이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열린 마음과 태도로 관계되는 기관들이 서로 마음과 행동을 하나로 모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이 '한국디지털종합도서관'이 내세운 목표나 목적,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고, 또 지지한 바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좀 더 폭넓은 영역에서 관계되는 기관, 정부기관을 포함해서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관련이 있는 기관이나 영역이 대화라도 시작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내 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해 있는 동안, 내 이익에만 집중하는 동안, 또 다른 어떤 일이나 세력은 거대한 팔을 펼쳐 우리의 미래까지도 끌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좀 더 인식과 행동의 범위를 넓혀 갈 수 있지 않을까? 뒤늦게 제주에서의 강한 외침을 접하고 짧은 생각을 펼쳐 본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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