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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뻐하며...

지난 7월 31일, 문화재청은유네스코가 우리나라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이번에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공식 등재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발표로다시 한 번 <동의보감>이 주목받고 있다.이번에<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하나로 공식 등재된 것은<동의보감>이 가지고 있는역사적 가치를 인정한 때문이라고 한다.이번 등재 이유에 대해서 보도에 따르면문화재청은 “유네스코가 동의보감이 가지는 역사적 진정성, 세계사적 중요성, 독창성, 기록정보의 중요성, 관련 인물의 업적 및 문화적 영향력 등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아마도 지금까지도 그 내용이 사람들의 건강 유지에 쓰이고 있어 그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동의보감> 판본은 1613년(광해군 5년)에 편찬 총책임자인 허준 자신이 직접 간행에 관여한 초판 완질 어제본(御製本)이라고 한다. 이 판본은 현재국립중앙도서관(25권 25책.보물 제1085호)과 한국학중앙연구원(25권 25책/보물 제1085-2호)이 각각 소장하고 있다. 최근에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더니 이번에 또 이 일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으로써 우리나라는 모두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등 두 건이 등재된 것을시작으로 2001년에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가, 2007년에는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조선왕조의궤가 각각 등재되었었다.세계적으로 6번째, 아시아에서는 가장많은 기록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고 하니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고마움과 축하를 드린다.

그런데 많은 언론 보도 등 가운데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 뒤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메디팜뉴스 7월 31일자 기사이다. 400년 전에 쓰여진 <동의보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이 된 것은 마땅히 기뻐할 일인데, 왜 그런 중에 슬픔을 느끼게 되었을까? 이유는 지금의 한의학이 처한 현실과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제법 긴 기사는 "언제까지 400여년 전의 동의보감에만 매달려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의약계의 대변신을 지켜 볼 것이다. 현대판 허준의 출현을 기대하면서.."라고 끝난다. 전적으로 동감이 가는 내용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일에 대해서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유물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 첨단의학서는 아니라고일침을 가했다는 보도도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한의학을 포함해서 의료 전반, 국민들의 보건과 건강 문제 등에 대해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사실 세계기록유산이든 세계유산이든 그것은 지금도 그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에도 그것을 지키고 유지시켜 나가야 할 인류 모두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동의보감>은 현재에도 한의학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때, 지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함께 해야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들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끊임없는 질문과 도전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우리가 몇 건의 세계기록유산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최고다... 이런 수사적 구호를 외치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더해 지금 우리 자신의 역량을 더해 우리 자신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데 노력할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만일 지금으로부터 400년 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될 만한 기록이나 문화유산을 우리는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멋지고 유용한 기록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법으로도 공공기록을 잘 보존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잘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과거 선조들의 유산을 오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기뻐하는 것을 넘어, 오늘 우리의 삶이 후대에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을 잘 살고 잘 기록하고, 잘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번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사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판본이 많이 등장한다. 도서관이 있어 수많은 기록유산을 지킬 수 있었다. 또 도서관이기에 그 유산들을 박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쓰이는 살아있는 기록과 문화가 되도록 할 수 있었다. 도서관은 이렇듯 시간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늘 살아 숨쉬는 기관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도서관의 가치와 가능성, 현실적 존재의미가 사회적으로 좀 더 인정되면 좋겠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서 이번에 등재된 목록을 보니까 아예 도서관 장서 전체가 선정된 것도 있다.(The Csoma Archive of the Library of the Hungarian Academy of Science, (Hungary), Radziwills’ Archives and Niasvizh (Nieśwież) Library Collection (Belarus, Finland, Lithuania, Poland, Russian Federation, Ukraine) 등) 또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에는 사서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는 도서관 전문가인 사서들이야말로 기록과 문화 부문에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로서 인정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도서관과 사서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를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텐데.. 무슨 방법이 있을까?<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바라보는 한 사서의 고민이 시작된다...

* 문화재청 관련 보도 바로가기

* 유네스코 홈페이지 관련 내용 바로가기

(아래는 유네스코에서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한 이유이다)

Donguibogam: Principles and Practice of Eastern Medicine (Republic of Korea): An encyclopaedia of medical knowledge and treatment techniques compiled in Korea in 1613 and edited by Heo Jun with the collective support of medical experts and literati according to royal instruction. The work informed the evolution of medicine in East Asia and beyond. As a health care system, it developed the principles of preventive medicine and public health care by the State, which were virtually unprecedented ideas up to the 19th century.

* 사진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