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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한 도시 한 책 읽기 - 창원 마을도서관들도 한 마을 한 책 읽기에 본격 나서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한 도시 한 책 읽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서산시와 순천시에서 처음 그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여러 도시가 지역단위로 한 책 읽기를 하고 있다. 벌써 6-7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되돌아 보면 참 여러 유형의 읽기 프로그램으로 변형되어 시행되고 있다. 왜 우리는 한 도시 공동체가 한 책을 읽자고 했을까? 그 본래의 목적을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하고 진지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왜 한 책을 읽어야만 하는지도.. 아무튼 어찌되었든 한 책 읽기를 통해서 그래도 조금씩 지역 공동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또 한 가지는 같은 유형의 규모가 제법 큰 이같은 한 책 읽기 운동을 하는 지역과 운동가들끼리 제대로 연대하는 모습을 아직은 보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래도 서로 조금씩 다른 목적과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중앙과 지역이라는 틀 안에서 누군가 나서서 이끌어 주지 않으면 안 움직이는 그동안의 우리 환경 영향일까? 아무튼 한 책 읽기를 하는 지역은 많은데, 다른 것과 달리 아직은 더 크게 확산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 원인과 대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늘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지난 9월 25일 창원도서관에서 '창원시 한마을 책 읽기 추진위원회'가 창립되었다는 블로그 기사를 접했다.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창원시는 15년 전인 1994년부터 마을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시작되어 지금은 마을마다 마을도서관이 있는, 도서관 운동에 있어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현재 창원시에는 모두 35개의 마을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물론 창원시립도서관 등 공공도서관도 여럿 있다. 이런 도서관 운동 역사를 가지고 있는 창원시에 있는 마을도서관들이 이번에 본격적으로 한 책 읽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마을도서관을 중심으로 책 읽기와 도서관 이용이 활발하게 있어온 도시이기에, 이번에도 마을도서관들이 중심이 되어 본격적으로 한 책 읽기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도 한마을 한 책 읽기가 진행된 것으로 알았는데, 구체적으로는 지난 3년간 6개 마을도서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추진해 온 것인데, 이번에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는 독서진흥 프로그램이자 공동체 운동이라는 판단을 해서 본격적으로 마을도서관들이 연대하기로 한 것인가 보다. 마을도서관들이 모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0개월 여 준비를 통해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 9월 25일 공식적으로 창립식을 가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소식을 몇 달이 지나서 알게 된 것을 보면 나도 참,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정보력이 뒤쳐지는가 보다... 하긴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니 어찌 이와 같은 현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지난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창원시에서 전국도서관대회를 하느라 1주일 정도를 그곳에서 지냈는데도 그런 현장을 전혀 가 보지 못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한 도시 한 책 읽기와 한 마을 한 책 읽기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지를 한 번 만나볼 수 있기를...

창립식에서는 창립선언문이 발표되었다. 그것을 읽어보면 창원에서 시작된 한 마을 한 책 읽기의 참 뜻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옅볼 수 있을 것이다.

* 구르다 님의 블로그 관련 기사 보러가기

(이 기사에는 창립식과 함께 진행된 토론회 자료집도 올려져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내려받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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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창립선언문은 구르다 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임)

창립선언문

창원은 십 오년 전, 1994년부터 마을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시작하여 마을마다 도서관을 설립하였고 이 마을도서관 모델은 전국에 확산되었다.

우리는 마을도서관의 모델을 창출한 창원에서 새로운 독서진흥운동의 방식으로서 ‘한마을한책읽기운동’을 출발시키고자 한다. 이 운동은 마을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정하여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진흥운동이자 마을공동체운동이다.

우리는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빌려가는 시민이 도시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 마을도서관 한 구석에서 책 속에 빠져든 어린이가 나라의 동량이 되고 우리의 위대한 역사를 열어 나가리라 믿는다. 책 읽는 가정이 더욱 행복해지고 책 읽는 기업이 더욱 활기찬 생산 활동을 하며 책 읽는 도시가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품격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독서운동의 성과는 숫자와 통계로 표현되는 외형적 성과가 아니다. 그 성과란 오직 인간의 내면세계에만 존재하는 지혜의 충실이며 인격의 고양이며 성찰의 거울이다. 지혜와 인격 그리고 성찰, 인간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일들은 오직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우리는 이 독서운동을 마을 단위로 전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을공동체에서 책읽기의 모범을 발굴하고 공유하며 확산시킬 것이다. 마을 단위의 운동성과에 따라 차후 ‘한기업한책읽기운동’ ‘한학교한책읽기운동’도 도모할 것이다. 마을 단위, 기업 단위, 학교 단위의 ‘한책읽기운동’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책문화축제를 개최하는 등으로 집중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를 발견하고 나의 삶을 가꾸는 사람은 이웃의 삶도 존중하며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를 꿈꾸게 될 것이다. 나아가 국가를 넘어 보편적 인류애로 발전해 갈 것이다. 책 읽는 시민의 꿈은 바로 우리의 꿈이다.

이러한 지향점을 가지고 우리는 오늘 ‘창원시 한마을한책읽기운동 추진위원회’를 창립하였다. 우리 추진위원 일동은 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2009년 9월 25일

창원시한마을한책읽기추진위원회

2009.9.25. 창원시한마을한책읽기추진위원창립식및토론회,창원도서관/

토론회 참석자 홍미선, 진광현, 이은진, 이종은(왼쪽부터)

* 사진출처 : 구르다 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