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도서관의 개혁, 무엇부터 할 것인가?
1980년대 후반 남도의 한 고장에서 일기 시작한 도서관개혁의 바
람이 이제 문민정부가 주창하는 사회개혁 바람과 어우러져 이곳
도서관에도 구석구석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이러한 즈음, 오늘의
우리 도서관은 이 바람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어디서 무엇부
터 시작해야 할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극언하면, 광복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도서관은 잠자고 있다. 중진국의 선두주자로 달
린다는 한국시민의 의식은 아직도 도서관은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인식된 상태이고, 도서관을 관리, 감독하는 정책 당국자의 사고방
식은 "도서관장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식의 고정관념의 벽윽을
허물지 못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국록을 받는 도서관인 중에서
몇몇 의식있는 사서들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의 근무는 "평범하고
한가로운 직업이며, 남에게 자랑거리가 못되는 그러한 직장이다"
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서들을 키워
배출해 온 도서관 및 문헌정보학 교육자들은 자기가 이 땅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正道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 적
지 않다. 최성진 교수는 그의 "한국문헌정보학에 대하여(1993)"라
는 논문에서 한국의 문헌정보학자들이 연구의 반 이상을 도서관
봉사 발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에 몰두하고 있으며, 한국의 문
헌정보학은 이나라 도서관때문에 존재하고 그 도서관의 봉사 발
전을 위하여 일하도록 위임받고 있으면서도 본업을 제쳐놓고 외
국의 선진이론을 따라다니며 시간과 자원을 탕진하고 있다고 지
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도서관현실은 후진국의 도서관
실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강의내용은 선진국의 최첨단
이론으로 무장하여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세를 꾸짖
고 있다. 최근 한국의 도서관 현장에서 불고있는 전산화 바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섣달 23일자 조선일보의 기획기사
<대학, 대학교육>의 제8주제인 "도서관 개혁 토론"을 보면, 서울
대 도서관장을 비롯한 토론자들은 앞으로 "도서관을 평가할 때
전산화 정도로 기준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과연 그러할
까? 가령 3천 5백권 장서를 갖춘 OO공공도서관이, 장서 2만 4천
권을 소장한 OO국립대학도서관이 전산화를 마치면 도서관은 당
장 일류의 도서관으로 진정한 도서관이기를 바란다면 전산화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기초적인 도서관 기본장서를 갖추어야 하고,
여기서일할 봉사능력을 갖춘 일꾼의 확보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구비된 다음에 색인, 초록이 유용해지고 데이타베
이스가 필요하며, 상호대차가 요긴해진다. 다시 말하면 도서관은
전산화를 목표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기초적인 기본
장서와 최신의 학술정보를 담은 핵심자료를 먼저 갖춘 뒤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전산화는 그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토론과정에서 현재 대학도서
관이 낙후된 것이 도서관의 정보매체가 CD-ROM 등 전자매체로
적절히 이동치 못한 결과로 보는 견해는 동의할 수 없다. 굳이
그 원인을 캐자면 첫째, 대학총장, 도서관장 등 정책결정자의 방
관, 둘째, 도서관 현자에서의 직업윤리 및 프로정신의 부재, 셋째,
문헌정보학 분야의 교육자의 책임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 대학도서관의 원시적인 장서수준을 도외시하고, 고도의 전
산화 제일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이보
다 더 시급한 것은 도서관을 조직적으로 운영할 양질의 사서와
이들을 이끌 탁월한 리더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자료를 보관하는 박물관이 아니다"라고 채탄하
고 있지만, 정작 박물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성을 인정받
아 관리자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전문직종으로 운영,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대학도서관장은 비전문적인 일반
교수가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면서 보직으로 겸직해 오고 있다.
우리의 대학도서관도 외국의 선진대학처럼 전공학문을 수학하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 경영인을 발탁하여, 이들에게 도서관을
이끌도록 하게 하는 이러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개혁은 선진 외국의 이론과 전
산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다움'을 갖추기 위한
실마리는 먼저 최소한의 기본장서를 확보한 다음, 건무너경영인
에 의해서 운영, 관리되는 도서관체제를 갖추는데 있으며, 이 속
에서 봉사하는 사서도 방관자가 아닌 주인정신을 회복하는데 있
다. 호텔의 요리사가 굴지 기업의 이사로 승진되는 이 마당에 사
서가 사서노릇(professional librarian)을 포기하면 이 땅에서 더이
상 설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개혁의 촛점은 제도의 개혁이며,
이런 제도가 개혁될 수 있는 사고의 대전환을 위한 의식의 개혁
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최정태/부산대학교 문헌정
보학과 교수)
1980년대 후반 남도의 한 고장에서 일기 시작한 도서관개혁의 바
람이 이제 문민정부가 주창하는 사회개혁 바람과 어우러져 이곳
도서관에도 구석구석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이러한 즈음, 오늘의
우리 도서관은 이 바람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어디서 무엇부
터 시작해야 할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극언하면, 광복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도서관은 잠자고 있다. 중진국의 선두주자로 달
린다는 한국시민의 의식은 아직도 도서관은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인식된 상태이고, 도서관을 관리, 감독하는 정책 당국자의 사고방
식은 "도서관장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식의 고정관념의 벽윽을
허물지 못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국록을 받는 도서관인 중에서
몇몇 의식있는 사서들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의 근무는 "평범하고
한가로운 직업이며, 남에게 자랑거리가 못되는 그러한 직장이다"
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서들을 키워
배출해 온 도서관 및 문헌정보학 교육자들은 자기가 이 땅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正道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 적
지 않다. 최성진 교수는 그의 "한국문헌정보학에 대하여(1993)"라
는 논문에서 한국의 문헌정보학자들이 연구의 반 이상을 도서관
봉사 발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에 몰두하고 있으며, 한국의 문
헌정보학은 이나라 도서관때문에 존재하고 그 도서관의 봉사 발
전을 위하여 일하도록 위임받고 있으면서도 본업을 제쳐놓고 외
국의 선진이론을 따라다니며 시간과 자원을 탕진하고 있다고 지
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도서관현실은 후진국의 도서관
실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강의내용은 선진국의 최첨단
이론으로 무장하여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세를 꾸짖
고 있다. 최근 한국의 도서관 현장에서 불고있는 전산화 바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섣달 23일자 조선일보의 기획기사
<대학, 대학교육>의 제8주제인 "도서관 개혁 토론"을 보면, 서울
대 도서관장을 비롯한 토론자들은 앞으로 "도서관을 평가할 때
전산화 정도로 기준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과연 그러할
까? 가령 3천 5백권 장서를 갖춘 OO공공도서관이, 장서 2만 4천
권을 소장한 OO국립대학도서관이 전산화를 마치면 도서관은 당
장 일류의 도서관으로 진정한 도서관이기를 바란다면 전산화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기초적인 도서관 기본장서를 갖추어야 하고,
여기서일할 봉사능력을 갖춘 일꾼의 확보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구비된 다음에 색인, 초록이 유용해지고 데이타베
이스가 필요하며, 상호대차가 요긴해진다. 다시 말하면 도서관은
전산화를 목표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기초적인 기본
장서와 최신의 학술정보를 담은 핵심자료를 먼저 갖춘 뒤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전산화는 그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토론과정에서 현재 대학도서
관이 낙후된 것이 도서관의 정보매체가 CD-ROM 등 전자매체로
적절히 이동치 못한 결과로 보는 견해는 동의할 수 없다. 굳이
그 원인을 캐자면 첫째, 대학총장, 도서관장 등 정책결정자의 방
관, 둘째, 도서관 현자에서의 직업윤리 및 프로정신의 부재, 셋째,
문헌정보학 분야의 교육자의 책임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 대학도서관의 원시적인 장서수준을 도외시하고, 고도의 전
산화 제일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이보
다 더 시급한 것은 도서관을 조직적으로 운영할 양질의 사서와
이들을 이끌 탁월한 리더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자료를 보관하는 박물관이 아니다"라고 채탄하
고 있지만, 정작 박물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성을 인정받
아 관리자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전문직종으로 운영,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대학도서관장은 비전문적인 일반
교수가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면서 보직으로 겸직해 오고 있다.
우리의 대학도서관도 외국의 선진대학처럼 전공학문을 수학하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 경영인을 발탁하여, 이들에게 도서관을
이끌도록 하게 하는 이러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개혁은 선진 외국의 이론과 전
산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다움'을 갖추기 위한
실마리는 먼저 최소한의 기본장서를 확보한 다음, 건무너경영인
에 의해서 운영, 관리되는 도서관체제를 갖추는데 있으며, 이 속
에서 봉사하는 사서도 방관자가 아닌 주인정신을 회복하는데 있
다. 호텔의 요리사가 굴지 기업의 이사로 승진되는 이 마당에 사
서가 사서노릇(professional librarian)을 포기하면 이 땅에서 더이
상 설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개혁의 촛점은 제도의 개혁이며,
이런 제도가 개혁될 수 있는 사고의 대전환을 위한 의식의 개혁
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최정태/부산대학교 문헌정
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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