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말에 울산광역시북구의회가 북구주민들이 발의한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안)'을 부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보시면 자세히 알 수 있음. http://blog.paran.com/blackmt/35035052) 이 때 작은도서관 조례(안) 뿐 아니라 여성계가 발의한 '아동·여성 폭력 방지 조례(안)'도 같이 부결되었다. 이에 대해서 북구주민들과 여성계가 강력하게 반발하였고, 민주노동당 출신 시의원의 1인 시위 등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의 반발이 거세자, 결국 지난 3월 4일 북구의회는 이 두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소식이다.
울산광역시 북구는 지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민주노동당 소속 구청장 시절 지역의새로운 문화공간으로작은도서관을 주목하고 적극 지원해 왔다. 북구에 있는 기적의도서관도 이 시절에 건립되고 개관되었다. 이들 도서관들이 지역주민의 독서와 지식 활용 활동을 도와 왔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이 바뀌면서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끊기자 주민들이 나서서 구청이 작은도서관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구의회가 조례안을 부결하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오마이뉴스 박석철 기자 보도에 따르면 이 조례안을 적극 지지한 북구작은도서관협의회는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 제정을 계기로 작은도서관 지원을 통해 주민들의 문화활동과 독서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북구청과 북구의회도 제정된 조례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지적했지만 조례가 제정된 여러 지역들에서 실제적으로 작은도서관 활성화 뿐 아니라 공공도서관도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며, 도서관 지원을 위해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강제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울산광역시 북구의회가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안)'을 부결했다가 다시 가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방자치시대 도서관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구 중 하나인 기초자치의회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몇 달 후인 6월 2일이면 또 다시 지방자치와 관련된 중요한 선거가 있다. 어떤 당파적 입장보다도 정말 주민들이 원하는 것,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일상의 것들을 해결해 주는 진정한 자치 일꾼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거듭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보고 있는 한 방송 드라마 '파스타'를 보다보니까 어떤 상황에서 주방 요리사들이 서로 파를 나누어 자기 주장만을 하는 요란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때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세프가 서로 싸우지 말고 손님의 주문에 주목하라고 한다. 손님의 주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면 주방을 떠나라고 한다. 정말 그래야 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의 행복이고, 그래서 설사 그것이 나의 생각과 좀 다르더라도, 진정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주민들에게 어떤 것이 정말 더 좋은 방향인지,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내 생각이 아니라 주민의 생각이, 내 행복이 아니라 주민의 행복이 더 우선인 그런 지방자치 모습을 보고싶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물론 도서관의 방식이 있겠지만, 도서관의 근본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이용자의 요청에 적극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울산광역시 북구의회가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를 제정한 것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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