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읽기

지성의 공간, 도서관을 사진으로 만나다 - Ahmet Ertug의 <Temples of Knowledge>

도서관문화비평가 2010. 8. 12. 01:23

이런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떨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구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그런 멋진 도서관 사진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어떤 곳인가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사실 도서관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시설, 장서, 사람) 중에서 시설 요소의 중요성을 가장 낮게 이야기하지만, 어떤 때에는 시설 요소가 사람들에게는 가장 우선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긴 공간은 사람들의 인식과 그 공간과 내용의 이용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건축은 아주 복잡한 기술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그 못지 않게 예술의 한 부분이 되고 있는 것은 공간은 궁극적으로 그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전방위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 건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도서관을 건립함에 있어 공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최근에는 도서관도 건축 부문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다움을 제대로 담아내는 건축인가 하는 점에서 살펴볼 점이 적지 않다. 그건 아무래도 아직 우리 사회가 도서관의 본질을 충분히 읺식하고 경험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좀 더 노력해서 도서관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는 곳인지, 어떤 원리와 방법으로 운영되는 기관인지 등등에 대해서 근본에 다가서게 되면,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도서관 건축이나 공간 구성에서도 큰 변화와 발전이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에 인터넷으로 멋진도서관 사진책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책을 낼 수 있을만큼 멋진 도서관들을 가질 때가 있겠지 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서관은 긴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최소한 책을 모으고 이용하면서 시설/공간과 장서,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서와 이용하는 시민들의 역동적 만남의 결과들이 축적되어 하나의 분위기로 자리잡을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이처럼 멋진 도서관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정도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면 결코 만만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책은 바로 사진작가 Ahmet Ertug 씨가 유럽 여러 나라에 있는 역사적인 도서관들을 찾아 찍은 사진에 도서관 역사를 함께 엮은 사진집인 <Temples of Knowledge; Historical Libraries of The Western World>이다. 도서관은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혜의 집으로 인식되어 왔다. 도서관은 그저 책을 쌓아두고 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오랜 시간 꼼꼼한 선택과 관리를 통해 구축되어 온 장서를 기반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물론 인생의 지혜까지를 전하는 위대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사진집은 그런 도서관의 모습을 멋지게 사진에 담아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에서는 포르투칼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공화국, 영국, 아일랜드등 10개국에 있는 30개의 역사적으로 독창적이면서도 중요한 도서관을 찍은 사진들로 놀라운 도서관 여행을 만들어 내고 있다. 160쪽에 특별히 큰 판형으로 제작되었는데, 일일이 수작업으로 400권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당히 고가(우리 돈으로 700만원에서 9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으로도 이 책에 수록된 사진을 볼 수는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직접 인쇄된 책으로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우리나라 도서관들 중 어느 한 곳은 이 책을 구입해서 도서관 사람들은 물론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그래서 우리나라 도서관들이 지금부터라도 긴 호흡으로 지혜의 전당으로서 도서관을 만들어 가는 걸음을 시작하는데 참고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책에 수록된 사진을 보여주는 누리집 바로가기

* 사진작가 Ahmet Ertug 씨의 작업을 볼 수 있는 누리집 바로가기


* 이 그림은 사진작가 Ahmet Ertug 씨의 누리집에 있는 책 소개 페이지를 갈무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