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식 개인전 - 책가도 (11/3-14, 갤러리 진선)
임수식 사진작가가 이번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개인전을 연다는 안내메일을 받았다. 임 작가는 책과 서가 풍경을 전문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다. '책가도' 시리즈는늘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도 뭔가 거리감을 느끼는 서가를 사진 속에 담아내고 있는데,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서가에 꽂힌 책과 자료, 각종 물건들이 다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소란한 느낌을 받는다. 임 작가를 만난 지가 꽤 되었다. 이번에는 사진으로 또 어떤 책과 서가 모습을 보여줄까? 그 사진들은 어쩌면책과 맞물려 때로는 소란하게,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나른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전시장을 찾아가 봐야겠다. 갤러리 진선이다. 참, 내가 내 책장을 찍는다고 이런 사진은 안 나오니, 뭔 차이일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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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갤러리 진선에서 보내온 안내메일 내용 전부를 가져온 것이다)
갤러리 진선
임수식 개인展
● 전시제목: 책가도
● 전시기간: 2010년 11월 3일 ~ 14일
● 전시작가: 임 수 식
● Opening: 2010년 11월 3일 6 PM
● 전시장소: 갤러리 진선
책가도 060 | Inkjet print | 104×88(cm) | 2010
● 전시소개
책에 대한 절대주의자의 동경
임수식의 <책가도>는 감상자들에게 각자 다른 것들이 눈에 띄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의 색깔과 크기와 높이에서부터 책장의 진열형태 등 사람들마다 상이한 물체에 먼저 시선을 준다. 너무 반듯하거나 단조롭지도 않고, 책들로만 채워져 있지도 않은 <책가도>는, 결국 감상자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찾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책가도>의 책들에서 무엇인가를 찾듯, 사람들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머금은 것들을 애써 포착하기 마련이다. 그의 <책가도>를 보는 행위는 고이고이 간직한 추억을 떠올리도록 추동하기에 유쾌하게 숨은 그림을 찾는 시간으로 영근다.
우리가 잡념하고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고 졸면서 읽었던 텍스트들은 파편적인 조각처럼 우리의 뇌 속을 활발히 돌아다닌다. 얼기설기 합쳐진 앎의 가지들이 거창하게는 지식이 되기도 하면서 우리의 내면을 채운다. 임수식이 꼼꼼하게 꿰맨 <책가도>는 산발적으로 읽은 책들이 결국 한 인간을 정립하는 단계를 표상하는 것 같다.
임수식의 책들에는 날개도 있고 지붕도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책가도>는 책에 대한 의인화 시도이기도 하다. 책장에 가로놓인 책들은 장기간 누워서 잠에 빠져있기도 하고, 고단하다는 듯 기대어 서서 피곤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어떤 책들은 숨 막힐 듯 꽉꽉 붙어사는 반면, 호화스럽게 한적함을 만끽하는 책들도 있다. <책가도>의 책들은 인간 생애의 다양한 단면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의 책들은 결코 조바심을 내거나 시기하지 않는다. 책들은 착하기도 해서 책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들인 시디나 파일홀더, 공예품 등과도 어우러진다. 그의 책들은 반짝거리며 현란하게 튀지 않기에 수수한 것들이 온화하게 뿜어내는 빛의 아름다움으로 찬연하게 타오른다. 박제된 새처럼, 필름과 인화지에 재현된 책들은 실체를 왜곡하는 미학적 변신을 감행하면서도, 곳곳에 눈에 띄는 의도된 가짜다움으로 진실한 감정을 심연으로부터 끌어올린다. 치열한 작가적 의식과 고민이 바로 <책가도>에 아로새겨져 품위를 확보하게 되는 것 같다.
지식의 세계를 향한 책들 사이의 틈
임수식의 <책가도>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진가는 책들 사이의 틈이다. 촘촘하게 꽂혀진 서재에서 틈은 언제나 신비로운 정조를 자아내며 공간의 입체감을 더한다. 책들이 홈을 판 것 같은 틈은 사진미학을 통해서 지식의 세계에 입성하려는 절대주의자에게 문이 된다. 그는 부단히 사진을 찍고 책을 헤치며 책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짙은 어두움 속을 통과하는 중이다.
박정준 (미술비평)
책가도037 | Inkjet print | 99×81(cm) | 2010
책가도047 | Inkjet print | 69×71(cm)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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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진선 (Gallery Ji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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