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 읽는 도시> (양리리)를 읽고~~

도서관문화비평가 2022. 2. 23. 11:09

2013년 사가독서 독후감

한 때 서울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었다가 지금은 어제까지 공무원)이던 시절에는 사가독서 제도가 있었다. 책을 읽겠다고 하면 하루인가 특별 휴가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검색해 보니 도봉구가 2020년 사가독서제도를 시행한다는 문서를 볼 수는 있었는데...) 아무튼, 나도 그 제도를 매년 한 번씩은 사용했었다.

사가독서 휴가를 신청하면 스스로 알아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야 한다. (다른 방법도 있었는데 난 늘 책을 읽는 걸로~~^^) 얼마 전 우연히 오래된 컴퓨터 파일들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예전에 제출했던 보고서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당시 시민 양리리 님(지금은 서대문구 구의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시다)이 서울연구원 프로젝트로 쓴 <책 읽는 도시>를 읽고 쓴 것이다. 양리리 님은 이 책을 쓰기 위해 당시 서울도서관 관장이던 나를 찾아오셔서 꽤 진지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내용 일부가 책에 담겼다. 그런 인연으로 이 책은 나에게 더 가깝게 다가왔다.  제대로 쓴 독후감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나름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거라 다시 꺼내 여기에 기록해 둔다.


<책 읽는 도시> 이용훈 (서울도서관장)

  1. 책 읽기, 중요한데 읽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 등을 얻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 아니 가장 중요한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라고 한다. 책 읽기는 인류가 오랫동안 습득해 온 가장 확실하고 또 의미있는 방법이다. 텍스트가 주요 요소인 책은 다른 미디어보다도 더 상상력에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 들어와서 더욱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한다. 책의 내용과 형식, 발생부수 등에서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발전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갈수록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동안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 나라들까지도 국민들 독서율 저하를 막기 위해 고민하고 새로운 방법들을 찾느라 분주하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그렇지 않아도 독서율이 떨어져 걱정이 많았는데, 계속해서 독서율이 하락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들이 책을 읽게 하기 위해 '독서문화진흥법'까지 만들었고, 법률에 따라 5년 단위 정부계획인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도 수립하면서 강력한 정책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도 다른 나라보다도 인터넷과 영상 미디어 발달 속도나 범위가 빠르고 광범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거기에 과도한 입시와 시험 경쟁 등으로 일상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서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 뿐 아니라 광역이나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도 책 읽기 진흥에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책 읽는 서울'을 모토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다. 관악구나 송파구 등 여러 자치구도 책 읽기를 주요한 정책으로 생각하고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도 최근 의미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시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그 도시가 선진적으로 발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진 도시 가운데 시민들이 책 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곳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이 책 읽기라는 것이 그리 간단히 해결되거나 수준이 일순간에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 읽기는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다양한 볼거리나 놀거리, 정보 습득 창구가 있는 상황에서 밋밋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또 아무리 읽으라고 다양한 조건을 마련하고 강조해도 시민 각자가 실제 읽지 않는다면, 강제로 읽게 할 방법도 마땅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칫 그저 일시적인 캠페인이나 성과없는 구호 외치기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 책 읽기를 진흥하려면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 독서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책 읽기를 종합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책을 제대로 읽게 하고 싶다면, 일상 전반에서 세심하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고 읽고자 할 때 쉽게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책을 읽는 것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질문을 보다 더 적극 허용하고 유도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궁금한 것이 있어야 책이 필요하게 되고, 책을 읽게 되고, 책을 읽었을 때 구체적인 해결이 가능해 질 때, 책 읽기는 일상이 되고 사는데 기본 활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어릴 때부터 질문보다는 정답을 먼저 찾게 하는, 교과서만을 강요하는, 그래서 자유로운 질문과 상상을 오히려 억누르고 있다. 이런 것이 초/중/고등학교 뿐 아니라 이제는 대학사회에까지 스펙 쌓기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자유로운 상상을 억누른다. 직장 생활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여전하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어야 할 이유부터 찾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더라도 처세에 도움이 되는 책을 주로 읽는 경향마저 있다. 책 읽기를 진흥하려면 무엇보다도 학교와 사회 전반에서 더 많이 자유로운 질문과 상상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책 읽기를 핵심 기반으로 삼아 체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사회가 시간 여유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실제 책 읽기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조사에서는 많은 경우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학생 때나 성인 때나 모두 공부나 일을 하느라 다른 여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쉽지 않은 책 읽기에 애써 시간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 여유 시간을 많이 확보해 주는 정책 개발과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에서는 야근을 줄이고, 주말은 물론 휴가도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일, 즉 질문과 상상을 적극 허용하는 일과 시간 여유를 더 많이 확보해 주는 일은 하루아침에 성취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체가 각 부문에서 이 두 가지 조건을 기본으로 검토하고 반영하는 구체적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책 읽기가 사회 각 부문과 개개인에게 큰 만족과 기쁨, 이익을 주는 성취의 기반이 될 것이다. 

 3. <책 읽는 도시>,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책 읽는 도시>는 서울시 정책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 미래서울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기획한 연구총서 가운데 하나로 기획된 책이다. 이 책을 쓴 양리리 씨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을 어떻게 하면 책을 읽는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구체적인 해결과 실천 방안을 모색해 결과를 담았다. 

이 책에서 저자 양리리 씨는 책이 쓰여지고 만들어지고 그것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읽히는 과정 전반에 관계된 여러 부문에서 직접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꼼꼼하게 인터뷰 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읽는 도시 만들기에 필요한 구체적 문제 해결과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 목차를 보면 이 책이 도시를 책 읽는 시민들로 가득하게 만들기 위해서 주요 각 부문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확인해 준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종이책의 산실, 출판사; 문명의 기록자

2. 전자책은 게임 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3. 서점은 현명한 시민을 만들고, 현명한 시민은 서점을 만든다

4. 시간의 억을 품은 헌책방

5. 도서관은 시민에게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6. 도서관은 건물이 아니다; 책과 독자가 대화하는 공간이다.

7. 학교도서관에는 방학이 없다

8. 작은도서관; 문화의 전파, 소통과 교류의 출발점

9. 도서관의 꽃, 독서모임

10. 모든 시민을 위한 독서 환경 조성,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

11. 도서관에 소외계층은 없다

우선 책은 저자가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 발굴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지만, 출판사에서 자유롭고 더 다양한 저자 발굴을 할 수 있도록 출판 산업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실제 기여가 든든해야 한다는 지적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과제를 확인 할 수 있다. 좋은 저자가 많이 발굴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저자들 책을 많이 사는 독자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출판사들이 마음대로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것이다. 거기서부터 책 읽는 도시는 시작된다. 새로운 읽기 방식인 전자책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만들어 진 책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데에는 서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들어 오프라인 서점은 그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물론 온라인 서점이 일부를 메우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점이 줄어들면서 수많은 책들이 독자들을 만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자가 자기에게 필요한, 딱 맞는 책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기회는 서점에서 우연한 발견, 우연히 보물을 만나야 하는데, 그런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책 읽는 도시를 만드는데 큰 제약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헌책방 분야도 마찬가지다. 신간은 일반 서점에서 만날 수 있지만, 이 역시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나온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헌책방이 다야한 만남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역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 영역이 출판과 함께 상업적 영역에 속해있다보니 공공부문에서의 지원도 쉽지 않다. 그러나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문이다.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공공영역에서는 도서관이 있다. 그런데 도서관에 대한 사회와 시민들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게 도서관은 책 읽기 핵심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다른 곳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독서실이거나 문화센터 같은 생각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도서관이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혼란이 없지 않다. 도서관은 누구나 차별없고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공영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은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언제든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책을 잘 구비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다른 것을 하는 것은 도서관이 우선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도서관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사회적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가 책 읽는 도시 만들기에 있어 핵심과제라고 할 것이다. 도서관에는 공공도서관 뿐 아니라 작은도서관, 초/중/고등학교에 있는 학교도서관 또한 중요하다.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들도 빼 놓을 수 없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에 기반한 독서모임은 책 읽는 사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드는 힘이 된다. 그리고 끝으로 이 책은 다문화 가정과 노숙인까지도 포용하는 책 읽기에 대해서 저자는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각 분야 전문가와 관계자와 자세하고 꼼꼼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책 읽는 도시를 만드는데 꼭 짚어야 할 출판과 서점, 도서관 등 핵심분야를 빼놓지 않고 찾아 현재 상황 점검과 문제점, 해결해야 할 과제와 해결책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읽기는 어렵지 않지만 생각을 이끌어 내는 힘과 그 깊이는 결코 녹녹하지 않다. 책 읽는 도시를 만드는데에는 무엇보다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을 읽는 실천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도 이 책에서 다룬 각 분야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고 좋고 힘 있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리라는 믿음을 전제로 쓰여졌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책 읽는 도시는 독자가 만드는 것이니까.

사족

서울연구원 미래서울 연구총서는 이 책 <책 읽는 도시>외에도 14가지 다른 주제로 서울이라는 도시, 어쩌면 우리나라 모든 도시들이 생각해야 할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모든 주제가 시민이라면 다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다. 다른 책도 다 읽어봐야겠다. 

  자; 양리리
  획; 서울연구원 (미래서울 연구총서 13)
출판사; 한울 아카데미
  수; 128면
ISBN ; 9788946056367
  격;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