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읽기

미국의 2020년 도서관 활동 보고서를 보며 한 생각들

도서관문화비평가 2021. 4. 6. 11:00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나라, 지역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중에 역시 도서관 부문도 온전한 일상을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문을 닫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아니면 비대면 또는 디지털 방식의 서비스를 통해 일부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애써 존립해 왔다. 그런 중에 과연 이런 시기에 도서관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서비스로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만나고 도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적지 않는 도서관과 사서들은 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실천을 통해 여전히 도서관과 사서들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믿음과 지지, 자긍심을 만들고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겪은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그동안 두터운 신뢰와 다양한 활동으로 ㅣ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도서관계의 대응 활동도 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서들이 발빠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도움을 주는 여러 서비스나 활동을 찾아 실행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도서관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 도서관과 사서들도 나름대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나 영상 문화에 익숙한 사서들이 비대면 상황에서도 시민들에게 정보나 자료 제공하고 서로 소통하는 작업들에 나서는 것은 도서관과 사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위험에는 적극 대응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는 적극적 노력이 자신과 사회에게 꼭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 도서관계는 매년 자기들 한 해 활동을 정리해 깔끔한 보고서로 작성,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도 역시 2020년 한 해 자신들이 어떻게 활동했는지, 특히 코로나19라는 전세계를 뒤흔든 어려움 속에서도 그동안 지탱해 온 사회적 지지를 바탕으로 도서관과 사서들이 새로운 상황을 적극 대응해 왔음을,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상황에 마무리 될 때 시민들이 빠르고 온전하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회복력의 근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도서관과 사서들은 참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처럼 좀 더 사회적 발언과 연대 활동, 이를 통해 사회의 지지나 옹호를 얻어내는 일에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서관협회는 자신들의 역할 가운데 하나로 advocacy, 즉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나 옹호를 이끌어 내는 적극적 활동을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다) 매년 발행하는 보고서도 그런 관점에서 도서관계 자신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보더라도 도서관과 사서들의 활동과 노력을 쉽게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잘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유사한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과연 사회와 잘 소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그래서 도서관계 내부에 실력있는 홍보 전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고서 내려받기 http://www.ala.org/news/state-americas-libraries-report-2021?fbclid=IwAR0puctYUv-OWqL8VYy-Kq2UMYxHEDD6rJsvmiDJ7UnwR86xUmk7Zn0AwfU


그리고 또 한 가지... 미국 도서관계를 보면 사회적 이슈, 특히 읽을 권리나 알 권리, 정보 불평등 해소 등 지적자유를 지키고 시민들의 일상에서의 자유를 확장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다. 도서관과 사서들이 행정이나 권력 같은 외부적 힘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실제 도서관과 사서는 하나처럼 시민들의 편에 서서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미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힘을 다지고 넓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물론 도서관과 사서들 내부에서도 입장 차이가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미국도서관협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기본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내 생각에는 그럴 수 있는 것은 사서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에서부터 일관된 입장과 활동 방향성을 가르치고, 그런 사서들이 도서관 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사서 양성과정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매년 발행하는 보고서에서도 가장 앞 부분에 지적자유와 관련해서 지적자유의 관점에서 그 해 가장 많은 도전을 받은 책 10권을 소개하면서, 그 이유와 도서관과 사서의 대응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명확하게 적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자신과 다른 관점이나 입장, 생각에 대해서 이 나라도 많은 도전, 심지어는 폭력까지도 행해지고 있는데, 도서관은 그런 사회에서 서로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과 생각 등에 대해서 개방적인 이해를 통해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 지지하면서 도서관과 사서들이 적극 관여하고 있음은 우리도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닌가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어떤 책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과 부당한 압력이 가해지는 일들이 있다. 물론 예전에는 아예 권력에 의한 검열 행위가 있었기도 했지만...) 

2020년 한 해 가장 많은 도전을 받은 책 10권과 함께 그 이유나 누가 그런 도전을 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보기 좋게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하고 있다. 10권 가운데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같은 미국 내에서는 물론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종류의 번역본이 있고 널리 읽히는 책이 포함된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문제가 된 적이 있나? 

혹시 10권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이 있겠지 해서 찾아봤더니, 10종 가운데 7종은 번역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책들이 도서관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까? 그래서 도서관 대출기록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곳인 '도서관 정보나루'(현재 전국 1,175개 도서관 대출데이터를 활용한다)에서 7종의 대출기록을 확인해 봤다. (책마다 개별적으로 도서관들에서 얼마나 대출되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랬더니 <앵무새 죽이기>(5종이 있다)가 그런대로 대출이 되고 있고, 다른 책들은 그리 많이 대출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유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나다움 어린이책' 관련해서 일부 책에 대한 일부의 비판을 여성가족부가 수용해서 선정을 취소한 일이 아닐까 한다. 또한 한 아동작가의 성추행 사건과 판결에 따라 그 작가 책들에 대한 비판과 배제 요구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도서관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아직 도서관과 사서들이 공통된 입장 표명이나 행동이 있지는 않았다. 한국적인 공공기관으로서의 도서관, 그리고 공무원이라는 신분의 사서들이 중심인 우리나라 도서관계가 사회적 이슈에 독립적이고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입장 표명과 행동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변했고, 이용자들도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과 사서들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