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 이야기

2020년 제6회 금서읽기주간

도서관문화비평가 2020. 9. 7. 14:39

오늘이 9월 7일... 오늘로 올해의 제6회 금서읽기주간(9/-7)이 끝난다. 벌써 6년째 진행하는 이 금서읽기주간은 사실 계속해야 하는걸까 막 고민하던 차에, '나다움 어린이책' 관련한 논란이 벌어지면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읽으면 안되는 책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면서 빠르게 금서읽기주간 준비와 실행이 이루어졌다. 

사실 나와 다른, 더욱이 내가 불편한, 몹시도 불편한 내용을 담은 책이 팔리고 있다면, 그것도 그냥 서점에서 팔리는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 '읽어볼 책'이라고 선정한다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게된다면... 정말 불편할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은 절대 안돼'라고 딱지를 붙이고 강제적으로 읽지 말라고 할 일은 아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선정했다가 곧바로, 그것도 누군가 조금은 힘쎈 사람의 지적과 요구 때문에, 선정을 취소하고 배포를 중단하는 것은 충분히 '이 책은 읽으면 안돼'라고 말하고 실제로도 읽지 못하게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사상과 출판의 자유가 헌법에 적혀 있는 자유대한민국에서, 어린이 성교육 관련해서 이런 논란이 발생한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무려 대상이 된 책 가운데 한 권은 다른 나라에서 거의 50년 전에 출간되어 꾸준히 읽히고 심지어 괜찮은 책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그 정도의 책도 읽을 수준이 되지 않았다는 걸 말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번에 '나다음 어린이책'에서 강제로 배제당한 7종(책으로는 10권) 가운데 한 권인 아동 성교육 도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쓴 페르 홀름 크누센(74)씨는 "성교육 책인데 외설적이라고요? 한국이 구시대적이네요"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일보> 2020.8.31.) 덴마크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성교육 책으로 잘 읽혔고, 지금은 자랑할 만한 책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 책을 두고 외설적이니 뭐니 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세상은 책보다 더 외설적이지 않나? 아이들이 언제까지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모르기를 바라는 걸까? 아무튼 나도 덕분에 전혀 사볼 이유가 없었는데, 이번에 배제된 책 7종을 다 구해서 읽어봤다.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보고 함께 읽어야 할 책들인데, 우리 어른들조차 이 정도 수준도 수용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솔직하면서도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없는 건, 정말 아니겠지?

그나저나 7권 중 한 권인 <엄마는 토끼 아빠는 펭귄 나는 토펭이!>를 읽다가 궁금해졌다. 토펭이는 나중에 거북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그 가운데서 아이가 태어나면? 

 

제6회 금서읽기주간
“우리는 금서를 읽는다
- 1983년에 둘리를 금하더니 2020년에는 토펭이냐?”


1. 최근 여성가족부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나다움 어린이책’ 134종 중 7종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국가기관이 특정 책을 지정하여 목록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해당 도서를 독자가 읽을 만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판단을 국가기관이 내리는 것으로, 이는 독자의 읽을 권리를 침해하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금서를 조장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 혹은 어떤 단체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몇몇 책을 문제 삼는 일은 민주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특정 도서에 대한 조처를 하는 것은 지난 권위주의적 체제 아래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사회에서 검열과 금서에 대하여 국가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학교도서관에 비치된 7종의 책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회수 조치로 인하여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독자는 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는 2020년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금서읽기주간’(9월 1일부터 7일까지)에 여성가족부의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이번에 조처가 내려진 7종 10권의 책을 함께 읽는 운동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2. 여성가족부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사업을 지원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사업이 이번 사태로 중단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에 교사, 평론가, 작가 등 해당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나다움 어린이책 선정위원회가 취지에 맞는 책을 선정하여 신청한 학교에 배포하였다.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이 사업을 진행하도록 한 것 역시나 바람직하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특정도서 회수 결정을 함으로써 국가권력이 민간의 도서선정 결정을 뒤집었다. 이는 명백한 검열이다.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하여 선정하였고 세계적인 아동문학상까지 수상한 책을 문제 삼은 것은 국회와 여성가족부의 검열이 아니고 무엇인가?    여성가족부는 특정 도서 회수 결정을 철회하여야 하며, 국가기관이 민간의 도서 선정 결정을 뒤집은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특정한 책에 대해 이러저러한 조처를 하는 것은 일종의 검열이며, 이러한 검열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3. 어린이들이 질문한다. 아빠 몸에 있는 정자와 엄마 몸에 있는 난자가 어떻게 만나냐고. 해당 도서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에 대한 오랜 시간 인류의 고민을 담은 책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사랑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행위를 신나고 멋진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더불어 살기 위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치를 담은 이 책을 시민들이 함께 읽으며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가려고 한다. 이에 여성가족부가 회수 조치한 7종 10권의 책 제목 알리고 함께 읽기를 권한다. 이는 이번 조치로 인하여 도서관뿐 아니라 가정이나 서점에 비치된 위의 책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는 운동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다양성 존중과 성인지 감수성을 널리 확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회수 조치한 책 10권은 다음과 같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놀랍고도 진실한 이야기> <걸스토크> <엄마는 토끼 아빠는 펭귄 나는 토펭이> < 여자 남자,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요>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아들인권선언> <딸 인권선언> <엄마 인권선언> <아빠 인권선언>

2020년 9월 1일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1인출판협동조합, 교육희망네트워크,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문학협의회, 어린이문화연대,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어린이책시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전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책읽는서울시민모임, 청소년출판협의회,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사서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