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도서관 관련 활동에 대한 단상
공주시에도 시민들이 나서서 어린이도서관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 아무래도 도서관 서비스, 그것도 특별히 어린이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도서관 건립과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 참여가 도서관 활성화에 큰 힘이 된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성과들이 계속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기존 공공도서관을 비롯해서 지역 내 다른 도서관들도 이런 시민들의 요구와 실천에 어떤 방식으로든 화답하면 좋겠다. 함께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으면 늘 하는 생각이 몇 가지 있다. 어린이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왜 어린이도서관이어야 할까 하는 것이다. 도서관 사람 입장에서는 어릴 적부터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경험하면 나중에서라도 도서관을 좀 더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도서관 활성화 기반 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왜 어린이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를 강력하게 요구할까? 아무래도 교육적인 관점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꼭 어린이를 위한 전용 도서관이어야할까?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 환경은 바로 공부하는 부모, 공부하는 가정, 공부하는 사회가 아닐까? 자연스럽게 모두를 위한 공공도서관 안에서 이 모든 것이 통합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어린이도서관이라고 하면 어린이에 대해서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청소년이나 성인을 위한 서비스는 그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린이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다른 도서관으로 옮겨가야 하고.. 꼭 그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규모(시설이나 재정 등)가 작더라도 종합적인 도서관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두 번째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생각하고 아끼고 도서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데, 그것이 잘 충족되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연 이렇게 직접 나서서 건립운동을 하고 시간을 쪼개 운영도 맡아서 하고 하는 것이 최선일까 하는 것이다. 물론 시급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오랜 역사 경험을 통해서 이 도서관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어가면 되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된 방식이 있다. 그건 세계적으로도 이야기되는 것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세금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모든 시민들에게 균형과 균등한 서비스,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방자치법'에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책무 중 하나로 공공도서관 운영이 명시되어 있고, 국가적으로는 '도서관법'으로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를 제대로 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인데, 실제로는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상황과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방식에 있어 생각거리가 적지 않다. 세금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수많은 일 중 하나인 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부족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렇다면 시민들로서는 다른 일들에 쓰이는 세금은 정당한 것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 대한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 이제 생각할 것은 그렇다면 참을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나서서 직접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지자체 서비스와 도서관 서비스를 비교해서 재조정을 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세금을 더 내서라도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갈 것인가.. 등등. 과연 이런 것들이 지역 안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합의되는 과정들이 있을까? 이런 것들이 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 지자체 의회에 제대로 제기되고 논의되고 있을까? 직접 나서서 기금을 조성하고 활동을 하기 이전에 의회 의원들에게 도서관 문제를 검토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한 적은 있을까? 등등...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오늘도 트위터에서 공공도서관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잠깐의 대화가 있었는데, 사실 유럽 등에서 처음 공공(PUBLIC)도서관은 민간부문에서 만들었다. 자기의 필요가 컸지만, 당시로서는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공공도서관은 차츰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중요하게 자리잡아 가면서 회원이나 일부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기 보다는 아예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고 제공되는 보편적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인정되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의 하나로 국가나 지자체에 그 책임을 부여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생각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도서관 서비스를 모든 사람에게 개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누구나 보편적으로 도서관을 통해 자신의 삶에 필요한 제반 정보나 지식, 교육이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도서관이 이미 시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먼저 주어진 서비스, 그것도 도서관의 본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공부방 모습으로 제공된 것에서부터 도서관 문제에 대해 왜곡이 생기고, 그래서 그 해결도 뭔가 제대로의 방향과 방식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민간부문에서 나서서 해결할 일도 있겠지만, 도서관 서비스는 교육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할 공공서비스고,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그건 지방자치 활동의 하나로, 지자체 의회 안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지자체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도록 시민들이 촉구하고 지켜보고 참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도서관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단지 한 도서관에 속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한 지역사회의 도서관 서비스 전체를 보고 전문가로서의 관점과 역할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도 도서관 현장은 적지 않은 문제가 현존하기도 하고 또 새롭게 만들어 지기도 한다. 더 문제가 복잡해 지기 전에 기본으로 돌아가, 과연 우리에게 도서관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그 사회적 필요를 공유하고 해소해 나갈 것인지 등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긴긴 호흡으로 길게 시민들 모두가 함께 이용하고 그것을 통해 각자의 최대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공공서비스로서의 도서관 서비스라는 것을 생각하고, 사회적 논의를 확장해 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