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이음책방 이야기...
누군가는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사라지는 것을 보는 마음은 결코 편하지는 않다. 물론 이 땅, 우리의 삶 속에서 사라져야 할 것들도 많고, 그래서 그런 것들은 사라져야 하고, 사라질 때면 환호할 수 있다. 어제 헌법재판소가 '혼인빙자간음죄'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할 때가 그런 때 중 하나일 것이다.(그런데 솔직히 헌재가 내리는 이런저런결정을 보면 어째 그 방향성에 대해서 궁금할 때가 있다. 아무튼 어제 위헌 결정은 잘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체로 그래도 곁에 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보면 안타깝고 쓸쓸하다. 요즘 우리 도시에서는 그런 풍경들이 너무 많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개발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하고, 생활 속 물건들도 어느 때 보면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가 이런저런 이유로 잊어버리거나 포기하거나 버린 것들은, 그러나 조금 지나면 왜 또 그리 그리운지.. 도서관 부문에서도 그렇게 사라져 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 예전 우리가 어떤 도서관을 가졌었는지 제대로 알기도 어렵다. 그래서인가 오래된 물건들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물건이야 다시 찾으면 되겠지만, 어떤 공간이나 건물이라면, 아니면 무형의 문화들은 다시 찾기 너무 어렵다. 그래서 뭔가를 버리거나 포기하거나 할 때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있을지니, 며칠 전 들은 혜화동 '이음책방'이 올해 말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서 느끼는 아찔함 같은 것... 오마이뉴스에 실린 최종규 님의 글을 보고서야 '이음책방'의 어려움을 실감했고, 그리고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이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 그곳에 갈 때 가끔씩 들려 책 한 두 권 사기도 했었지만, 그리고 그 책방 주인장인 한상준 선생과 함께 태백 어린이도서관 개관식에도 가 보고, 몇 번 좋은 모임 자리에서 만나뵙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그 책방 운영에 도움을 드린 것은 없었는데, 이제사, 문을 닫는다고 하니, 왜 그렇게 마음이 콱 막혀 오는지... 최종규 님의 글 제목은 "씩씩한 '이음책방'은 웃으며 떠납니다"이다. 사실 1년도 힘들 것 같은 책방 운영을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해 오고, 또 단순한 책방이 아니라 혜화동에서 사람들과 함께 문화와 사람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열린 공간으로 있어 왔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놀라운 일이고, 그래서 그동안 참 씩씩하게 버텨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마움과 격려를 드리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한상준 선생에게, 혜화동에 갈 이유가 되어 주신 것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번 주 월요일, 회사에서 체육대회로 우이령을 갔다가 점심 후 헤어진 길에 혜화동을 갔다. '이음책방'을 찾았다. 올해 말까지 언제 또 가 볼 수 있을까 해서다. 간 길에 한상준 선생을 만나뵙지는 못했다. 다만 최종규 님이 그곳에서 12월 초까지 이음책방을 담은 사진전을 하고 있어 그것도 보고, 사진도 1장 샀다. 나도 그날 나로서는 마지막일지 몰라 사진을 찍어 두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열린 사진전에서 사진 1장은 사야겠다 했다. 그걸 가지러 간다는 핑계를 하나 더 만들어 볼 수도 있으니까... 책도 몇 권 사서 나오는 길에, 계단에서 현기증을 느낀다... 우리 사회가 좋은 책방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요즘 작은도서관 만들겠다고 다들 힘쓰고 있는데, 조그마한 책방 하나 서울 바닥에서 꾸려가지 못하는 현실과 겹치면서 현기증이 더했다. 어둠이 내린다... 다시 한 번 이 혜화동 바닥에서 그나마 혜화동이 '대학로'라고 불려도 될 수 있는 뚜렷한 이유를 만들어 온 '이음책방'을 꾸려온 한상준 선생께 고마움을 전한다. 평소 더 열심히 책방을 드나들지 못해 또 아쉬움과 미안함을 가진다.. 어떻게 하면 정말 더 자주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 수 있을까?
*씩씩한 '이음책방'은 웃으며 떠납니다 - 오마이뉴스(최종규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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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11월 23일 오후 이음책방을 찾았다가 찍은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