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오지에 천개의 도서관을 꿈꾸는 사람, 김형욱 씨
혜화동 이음책방에 들러 찬찬히 시간을 보내던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천개의 도서관을 꿈꿉니다"...
천개의 도서관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누굴까?
사진을 참 잘 찍는다. 그건 그냥 카메라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찍은 것이라서 그럴 것이다.
나중에 집에 와서 누구인가 찾았다.
김형욱 씨. 올해 제4회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국내판) 국제사진공모전에서 인물부문 대상을 수상한 사람. 수상작은 티베트를 여행 도중 만난 유목민 가족을찍은 것으로‘사라진 제국’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심사위원들은 "새로운 소재에서 오는 생경한 아름다움보다는 우리가 잃어가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는 일곱 명 각자의 꿈을 색깔별로 읽어낼 듯 아름답다"고 평했다고 한다.그는세종대 산악부 OB라고 한다. 여러 번 주요한 해외 등반을 했었나 보다. 김형욱 씨는 2008년 한 원정대에 참여했다가 캐퍼밴 과정에서 만난 오지마을에 책을 전해 준 일을 계기로 뭔가를 깨달았다고 한다. "책 한 권이 적어도 10명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네팔 현지인과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2008년 봄 네팔 히말라야 포카라 일원의 마을에 위치한 오지 학교에 400여권의 책을 전달했다고도 한다. 그는 사진도 찍지만 세계 오지마을에 도서관을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일을 위해 '월드엣지'라는 홈페이도 만들었다. <월간 산> 2009년 10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곧 사진집 두 권이 나와요. 마흔 될 때까지 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일과 함께 도서관 400개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한 권의 책이 하나의 꿈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할 때 100권을 100명이 읽는다면 1만 개의 꿈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선배들이 벌써 200명이 넘어요. 도와주실 거죠?”
나도 사진집을 기대해 본다. 월드엣지에 들어가 보니까 정말 사진들이 마음을 잡아 끈다. 그 사진 너머로 오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해질 책과 도서관을 상상해 본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촉망받던 젊은 이사였다가지금은 '룸투리드 재단'을 설립해서오히말라야 오지에서 베트남과 인도, 아프리카까지 200개 학교, 3000곳의 도서관, 150뭔 권의 책을 기증한 존 우드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쓴 책 <희말라야 도서관>이 이미 번역 출판된 바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네팔과 히말라야가 그냥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중심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어떤 것이든 외부에서 기부를 함에 있어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정말 중심에 두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따라야 할 것이다. 책과 도서관이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방식이기에 오지 마을에 전달하기에 적절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서관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이런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월드엣지를 꼭 한 번은 가 볼 일... 그리고 나중에 사진집이 나오면 꼭 사서 볼 일. 그래서 네팔 오지에 도서관이 하나 둘 씩 심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