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즐기자

울산에도 문무왕과 관련된 `대왕암`이 있다

도서관문화비평가 2010. 1. 18. 00:01

대왕암이라고 하면 경주 감포 앞에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울산에도 대왕암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가 있었다. 삼국시대 결국 통일을 이룬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라도 나라를 지킬 생각으로 수중에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수중릉 대왕암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나는 몇 번 가 보았는데, 그냥 그 앞바다를 감포로 기억한다)에 있고 사적 제158호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주에 일이 있어 울산에 갔는데, 그 때 울산 앞바다에도 대왕암이라는 이름의 수중릉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곳도 역시 문무왕과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문무왕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왕비가 역시 문무왕처럼 동해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해서 이 바위에 묻혔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바위 이름이 대왕바위 또는 줄여서 댕바위라고도 하고, 동해 용이 승천하다 떨어져 바위가 된 것이라 해서 용추암, 바위에서 구름이 피어오르거나 고동이 기어오르면 비가 올 징조라 하여 금강암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운다고 한다.

좁은 상가 사이 길을 지나면 1백여 년이나 된 울창한 소나무 숲과 동백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 대왕암공원이 시작된다. 소나무들을 보고 걷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조금 걷다보면 1906년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불을 밝혔다는 울기등대가 나온다. (첫번째는 인천 팔미도 등대, 두 번째는 포항 호미곶등대) 옛날 등대 앞으로 새로운 등대가 세워져 있고, 여전히 등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들어가보지는 않고 그냥 철책 넘어로 들여다 보고 만다. 등대 옆을 지나 대왕암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조형물이 하나 있는데, 고래를 양 옆에서 싸고 있는 것은 고래 뼈라고 한다. 울산시가 고래를 이용해서 뭔가를 많이 도모하는가 보다. 하긴 울산하면 선사시대 고래사냥 문양이 많은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로 일찍부터 유명한 곳이 아닌가. 또 고래잡이 항구로 유명한 장생포항도 울산시에 속해 있다. 그 조형물을 지나 내려가면 너른 바다를 바라다보고 거대한 바위덩어리들이 바다에 당당하게 서 있다. 역시 울산을 근거로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대왕암으로 가는 철제다리를 기증했다고 한다. 중공업이라서 그랬을까? 철제다리와 바위 덩어리의 조화? 아무튼 철제다리를 건너가면 제법 큰 대왕암을 갈 수 있다. 가는 중간중간 작은 바위 위로 갈매기들이 날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짧은 시간이라 대왕암 위에서만 잠깐 머물다가 돌아왔다. 시간이 된다면 더 길게 대왕암을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가 지려고 하니 울기등대가 켜진다. 아주 어두워진 후에는 바다로 나간 배들이 그 불빛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 이것도 대왕암에 담긴 뜻일까?

대왕암공원은 이 대왕암 말고도 바닷가를 이어 기암절벽을 끼고 도는 산책로 풍경도 좋다고 한다. 역시 시간이 없어 바닷가에는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바닷가를 거닐어 봐도 좋겠다. 저녁이 되니 일을 마친 시민들이 한 둘씩 대왕암공원을 찾는다. 조금 전에 소개한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소외계층을 위한 관광안내자료 <따뜻한 희망여행>에서도 울산지역 관광코스 중 2일차 마지막 코스에 울산대왕암을 추천하고 있다. 다만 대왕암 전망대로 가기위해서는 다리 뿐 아니라 몇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휠체어로는 가기 어렵다. 울산 대왕암을 보면서 든 생각은, 참 우리 땅에서도 내가 알지 못하고 가 보지 못한 곳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다... 가 볼 곳은 많고 여건은 되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