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 이야기

`한 도시 한 책 읽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부천시와 구리시 추진소식

도서관문화비평가 2010. 2. 19. 00:09

'한 도시 한 책 읽기'(One City One Book) 프로그램이 꾸준히 지역과 도서관의 관심을 받고 있는가 보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니까 부천시와 구리시도 올해 '한 도시 한 책 읽기'를 지역의 독서 프로그램으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접하니까 2003년인가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도입해 볼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자 서산시에서 시범사업을 하던 때가 기억난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신청했더니 채택이 되었다. 이미 미국에서 시작되어 지역 공동체를 공고히 하는데 이 한 책 읽기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여러 채널을 통해 듣고 있던 차에, 이런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서 미국사례를 꼼꼼하게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충실히 번역해서 제공하는 것과 함께 특정한 지역에서 한 번 시도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된 지역이 충남 서산시였다. 서산시립도서관이 적극 이해하고 나서 주었다. 그래서 그 해 서산시를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산시청 관계자는 물론 도서관이 적극 노력했고, 지역 내 교사와 주민들도 열심히 참여해 주어서 나름대로 이런 방식의 독서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마침 또 순천시는 기적의 도서관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자발적으로 이 방식을 도입해서 서산시 시범사업과 같은 시기에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이후 부산시와 원주시 등에서 이 '한 도시 한 책 읽기'를 도입해서 지역주민들의 독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로 형식을 바꾸어서 진행하고 있다. 빠르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도입되고 있는 것을 보면 지역단위 독서 진흥 프로그램으로서는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가 보다.

'한 도시 한 책 읽기'가 무엇인가? 도시 시민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을 통해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름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연계를 찾아가는 노력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저 책 한 권 읽자가 아니라 읽고나서 그 책을 매개로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자는 도전적 프로그램이다. 토론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아직 본 궤도에 오른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꾸준히 한 책 읽기를 계속하고 있고, 조금씩 참여 지역도 늘어나는 것을 보면 조금 더 나아간다면 본래의 개념에 부합하는 지역 중심 독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 도서관의 참여 폭이 더욱 넒어지고 공고해 지는 것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서 프로그램을 도서관만이 독점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도서관이야말로 지역 사회 속에서 다양한 계층과 이념, 관심 등을 자유롭게 포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활동성을 가진 기관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가고자 한다면 가능한 도서관이 프로그램 중심에 서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고 다양한 주민들이 개방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추진 주체나 방식 등이 다양한데, 앞으로 좀 더 기본적인 개념과 방식으로 정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한 도시 한 책 읽기'에 대해서는 문헌정보학 분야에서 이용재, 윤정옥 교수 등에 의해 꽤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 2003년 처음 시범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이 프로그램을 해 보자고 제안하고 격려해 준 도서평론가 이권우 선생의 좋은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각 지역에서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홈페이지나 온라인 카페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역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과 책 함께 읽고 서로 토론을 통해 지역 공동체성을 확인하고 회복해 나가는데 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보기를 바란다.

참, 오랜만이 한 책 읽기를 생각하다보니, 예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못한 것이 생각난다. 그것은 각 지역에서 각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국적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 등도 적극 확보하고 제공하는 그런 종합 사이트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미국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을 종합해서 보여주고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다. 우리도 좀 그런 것이 있으면 이 프로그램 확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문제는 누가 무슨 비용으로 그것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그리고 지금쯤이면 우리나라 이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정리해서 좋은 책을 하나 낼 때도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 구리시의 한 책 읽기 관련 공지내용 보러가기

* 부천시립도서관한 책 읽기설문조사 공지 보러가기

* 이 그림은 구리시의 안내문 파일을 갈무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