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 등을 비치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대해
요 며칠, 마음에서 오락가락 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도서관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하는 것이다. 뭐, 이런 사례야 늘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어떤 해결책을 마련하지는 못할 것 같아서 마음이 더 그렇다. 문제가 던져지면 도서관계는 그 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답변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에서 비록 그것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라도 당당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화적이고 지적이며 정보문화의 근간이 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자기 위상을 마련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는 "공공도서관들이 지난 해 11월에 발행된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친일규명위)의 "최종 보고서"와 민간단체인(사)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친일인명사전>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경향신문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경향신문은 서울시내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이들 책을소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했더니 많은 도서관이'찬밥'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기자는"후손들에게 과거사를 가르치는 정부와 민간기관의 소중한 자료를 공공도서관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 국사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이 과연 이들 친일 관련 자료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하고 있는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서 도서관계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위터(사실 트위터 전체가 아니라 내가 따라다니고 있거나 나를 따라오고 있는 분들로 구성된 아주 개인적이고 지엽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더 복잡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트위터가 사회의 동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믿는다)에서는 조금은 문제가 되었고, 대체로 도서관이 이들 책자를 소장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나로서는 그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도서관이 어떤 책을 소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도서관을 둘러싼 지역사회 뿐 아니라 좀 더 넓은 사회적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을 경우, 이번과 같은 경우가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적극적이고 명확한 태도로 그러한 동의를 얻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트위터 공간에서 주장한 것은 그냥 그같은 책을 사서 비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서서 도서관이 그러한 자료를 입수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요구나 지지가 더 명확해야 한다는 것, 도서관 실무자가 아니라 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더 큰 책임과 권한을가진 정책결정자 그룹에 대해서도 사회적 요구가 직접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 또 가격이 비싼 자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재원 마련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의 논의 확대와 확실한 결론을 마련하는데 시민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풀어냈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역시 도서관 운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도서관과 사서들이 더 적극적으로 과제를 인식하고 풀어내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
이 문제에 대해서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모든 도서관에!'라는 제목의 자료를 만들었다. 나도 이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서 보았다.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소위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방법까지 설명하고 있다. 요즘 희망도서에 대해서도 도서관계에 이런저런 도전이 있다. 그런데 이 자료를 보다보니 '대학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네.. 하고 다시 자세히 보니까 대학도서관은 학교도서관을 이야기 하는 중에 포함했다. 전문도서관은 아무래도 대상으로 거론하기 어려울 것이고.. 자, 도서관계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할까? 그냥 있어도 되는 것일까?
* 이 문제에 대해서 Cliomedia님이 좋은 글을 쓰셨다. 꼭 읽어보시기를! (2010.3.11. 추가)
(아래 그림은 민족문제연구소 자료를 트위터에서 가져온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