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에서 활판공방을 만나다 - 다시 뛰고 있는 출판문화의 심장
어제 파주출판단지에 잠깐 들렸다.
오후에 시청 쪽에서 행사가 있어 참석하기 전에
어디서든 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그래서 간 곳이 파주출판단지다.
멋진 건물들로 서 있는 출판사와 관련 사업체..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겠지만,
거리에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곳..
그래서 뜨거움을 다소 황량함으로 감추고 있는 곳..
그런 분위기에 끌려 종종 그곳에 가서
갈대 사이를 헤집는 바람을 만난다.
어제는 또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났다.
활판공방.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유일하게 납활자로 책을 찍는 곳..
고집스럽게 사라져 버리려는 것들을 모아
그곳에 둥지를 틀고 지금도 한 권 한 권 책을 찍어내는 곳.
마당에 세워둔 강철 인쇄기와 활자처럼
어떤 매서운 추위나 바람도 감히 가져가지 못할 것 같은 그 단단한 열정이
오래된 활자들을 단단히 묶어 두고 있는 곳...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든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사라져야 하는 것을..
그러나 지금은 아니어야 하니, 붙들고 있어야 할 일..
거기서 또 나는 우직하게 활판공방을 지키고 계신 분들을 만나고
도서관 사람들과 출판/인쇄하는 사람들이 더 자주 만나고
더 서로를 이해하고 알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고상한 말로가 아니라 최소한 '동업자' 의식이라도 가지고
서로 순망치한의 입장에서 알고는 지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침 공방에는 실습도 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도서관 사람들이 찾아 책의 탄생 과정을 보고, 만지고, 느끼면 좋겠다.
그런 연후라면 도서관이 가득 채우고 있는 책에 대해서
더 애정을 가지고, 더 잘 알고, 그래서 더 잘 서비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짧은 일정에 그냥 겉핡기처럼 공방을 둘러보고 나왔다.
남은 아쉬움에 곧 또 긴 시간을 내서 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라져 가는 것을 붙들고 함께 울고 웃는 분들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오래 그 땅에서 활자로 책을 찍어 내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찍어 낸 시집 한 권이라도 사는 것이라면 사야겠지.
책은 만져야 제 맛이 난다.
활판공방에서는 그런 멋진 책들을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더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할
우리 문화의 심장이 아닐까..
막 떠나기 전에 인쇄기가 책을 찍어내는 소리가 들린다.
같이 심장이 뛴다.
(활판공방에 대해서 잘 써 둔 아래 블로그 글을 참조하실 것)
*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 블로그 글 보러가기
(아래 사진은 활판공방 정면과 그 마당에 있는 조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