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도서관의 소관 부처 이관 문제에 대하여
도서관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요소로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되거나 또 개입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때로 사회의 주요한 이슈나 논쟁에 참여할 필요도 있고, 또 도서관이 사회적 논쟁의 의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도서관 사람들은 논쟁 또는 대화, 협의 등의 자리에 적극 참여해서 도서관의 입장과 원칙을 기반으로 바람직한 결론과 실천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그런 점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이 현실..나에게도 생각과 실천 사이에서의 고민이 많은 지점이다.
다만 도서관 내부에서 논란이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더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도서관 관련 내부적 논란이 있었다. 물론 어떤 논점은 사회적인 이슈로 확대시킬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것은 사회의 관심과 입장보다는 도서관계 스스로 자신의 원칙과 입장을 새롭고 유효하게 정리하는데 필요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나도 좀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최근에 신문에 실린 한 사설에 대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반론을 제기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4월 16일 서울신문에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이 4월 20일에 30돌을 맞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쓴 칼럼이 실렸다. 칼럼 제목은 "장애인도 대한민국의 일원이다."이다. 장애인이 대한민국 일원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아직도 현실 안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육 관장은 41년 동안 한국점자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정부와 부딪쳤던 안건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장애인을 일반 국민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특별한 계층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례로 세 가지를 들었다. 그 중 하나가 도서관에 관련된 내용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셋째, 장애인을 국민이 아닌 장애인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는 복지전달체계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점자도서관을 문화부로 이관하고자 했다. 장애인체육을 문화부가 맡듯이 점자도서관도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문화부는 점자도서관을 도서관이 아닌, 장애인시설로 인식하여 그대로 복지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예산이 없으니 이관되어도 예산 지원이 불가능할 것이라 단언했다. 교육청 소속의 공공도서관은 문화부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각장애인을 포함해 전체 국민의 20%에 가까운 독서장애인에게 서비스하는 시각장애인도서관 또는 점자도서관은 단지 복지시설이니 복지부 산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설 내용을 보면 공공도서관 종류의 하나인 장애인도서관에 속하는 '점자도서관'이 현재에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정책 안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는데, 최근들어 도서관 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로 그 정책이 이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제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점자도서관을 장애인시설로 생각하고, 또 도서관이 이관되어도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에서 이관을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쓰고 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 주장에 대해서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 도서관정책과에서 그와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문화부는 보도자료에서 '점자도서관 문화체육관광부 이관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학교재 제작과 관련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도자료 내용 대부분은 아래와 같다.
동 기사에서는 지난해 복지부가 복지전달체계 개선방안의 일원으로 점자도서관을 문화부로 이관하고자 했으나, 문화부가 점자도서관을 도서관이 아닌 장애인시설로 인식하여 그대로 복지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점자도서관은 현재도「도서관법」상 공공도서관의 하나인 장애인도서관에 해당하며, 문화체육관광부는「도서관법」제2조 및 제45조에 따라 장애인도서관 관련 국가 시책을 수립하고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장애인용 점자도서, 녹음자료 등의 수집과 제작 배포, 통합자료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하여 점자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복지법」상 점자도서관은 ‘지역사회재활시설’로 규정되어 있어 국가 및 자지단체로부터 문화분야 예산지원뿐만 아니라 복지예산명목으로 운영비의 일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만일 「장애인복지법」에서 점자도서관에 대한 지원근거를 삭제할 경우, 현재 점자도서관에 지원하고 있는 복지예산이 줄어들고 사회복지시설 안에 설치ㆍ운영됨으로써 원스톱 서비스를 하고 있는 부분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현행 지원체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에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한 결과에서도 현행 예산지원체계를 벗어날 경우 점자도서관에 대한 예산 및 시설지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점자도서관에 대한 지원혜택이 줄어 들 수 있는 제도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이 아닌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장애인복지법」에서 점자도서관 제외를 희망할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한 동 기사에서는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이 장애학생에게 교육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는데 이는 부처간 업무조율이 안 되어 국가적 예산만 낭비될 뿐이라고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의 대학생 교재제작은 장애인이 소속된 대학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고, 중복 제작을 방지하기 위해 타 기관에서 제작한 교재는 제작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대학교재 외에 베스트셀러 등 다른 자료의 중복제작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국립중앙도서관, 점자도서관, 지자체 등이 공동 참여하는 중복제작 방지 협의회를 구성ㆍ운영하고 있으며,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포털에 대체자료 제작목록을 사전에 업로드하도록 하여 중복제작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서관법」에서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특별히 지식정보격차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일반 도서관에서도 장애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이번에 이같이 점자도서관의 소관부처 이관 문제가 불거진 것은 도서관계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했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점자도서관의 소관부처 문제가 자꾸 공공도서관 부처 이원하라든가 행정일원화 문제와 충첩되면서,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부문 등까지, '누구나'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큰 책임을 가져야 하고, 실제에 있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가장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왜 소관부처 문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중요하게 제기되고 논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도서관계 스스로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점자도서관 소관부처 이관 문제를 통해서 우리 도서관계의 주요한 현안이 제기되고 해결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참고로 현재 도서관 정보 정책 수립과 같은 정책 사안은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위원회 활동을 보조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도서관 정책 실무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이 담당한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는 중앙 부처에서 도서관 정책과 관련된 부처 장관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당연직 위원이고,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당연직 위원이면서 당연직 부위원장이다. 위원회에는 민간 전문가 등도 위촉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에 사설을 쓴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은 위촉직 위원 중 한 분이다. 그렇다면 이번 점자도서관 소관 부처 이관과 관련된 육 관장 주장과 문화부의 해명 보도자료 배포가 좀 낯설다.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고 솔직하고 확실하게 해결하라고 만든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서 깊이 논의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주고 받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