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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흑산통신 95-01 중에서 (1)

黑山通信 95-01호 중에서

올리브,OLIB ,그동안 아마도 올리브가 제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을 것입니다. 그게 한 10월 쯤 되었나요? 사서협회에서 통
신망을 통한 도서관운동을 논의한 결과로 급하게 한국통신 하이
텔 동호회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신청 때부터 한번에 되지를 못하
더니 이번 정식동호회 심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시 유예를 받았
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정식이 되지못하고 헛고생만 한 결과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가 나름대로 새로운 운동을 실험해
보았다는 점은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
좀 더 노력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면 좋은 결과가 생길지도 모르지
요. 그리고 이 동호회를 하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여럿 알게되
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통신이 끊어진다고 해도
마음의 통신은 계속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에 유예된 사유가
올리브가 계획서에서 말한 것과는 달리 너무 사서들 중심의 동호
회가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었나 봅니다. 사실 대
부분 사서들만이 글을 올리고 대화를 나누기는 하였습니다. 그러
나 이 지점에서 저는 한국통신의 관계자들과는 다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저는 한 사회에서 전문집단
들이 어떻게 일반 사회인들을 만나고 자신들의 전문성을 사회화
하는가 하는 점에 있어 중요한 견해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
다. 그들은 아마도 이 통신망이란 것이 대중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슨 동호회든지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
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동호
회란 공간에서 그런 점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저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좀 더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
입니다. 어떤 내용의 동호회냐 하는 점이지요, 대중성이란 문제는
자칫 사회의 하향 평준화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대중성이라고 한다면 대중적 확산이 사회의 균등한 발전을 지탱
해 주는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국민학교(이 국민
학교라는 명칭은 일제의 치밀한 의식화라는 점에서 이름을 바꾸
자는 운동이 있으며,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대신 소
학교라고 하자고 했던가요? 정확하지 않아 그냥 국민학교라고 했
습니다) 를 왜 의무적으로 다니게 하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지식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의무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에게 갖추도록 하기 위한 사
회적 노력이지요. 교육이 대중성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지요. 그러
나 지금 우리는 그러한 대중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
다.즉, 학교교육을 통해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진 까닭에 정작 배워야
할 것들조차 의미를 잃어버렸지요. 그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교사
운동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도 그렇습
니다. 도서관 역사를 보면 지금의 도서관은 과거 일부 특권층의
호사스러운, 또는 지적 소유물로서의 도서관이 구텐베르그의 인쇄
술 발달이후 급속하게 지식의 대중화와 시민계급의 성장의 결과
로 만들어진 민주 시민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도구로 그
성격이 변한 것입니다. 그런 도서관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도서관의 본래적 의미를 포기당한 채
파행적 교육의 한 발판으로 전락하여 왔습니다. 그런 도서관의 현
실을 극복해 보자는 한 시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대중 통
신망에 도서관을 드러냄으로써 도서관을 일반인들의 관심영역으
로 들여 놓아보자는 것이 우리들의 의도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는 당장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도서관의 현상, 도서관
일꾼인 사서들의 현실상황을 숨김없이 그리고 보다 광범위하게
일반인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만으로도 현 단계에서는 충분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헌정보나 기타 정보문제에
있어 전문집단 중 한 부분인 도서관 사서들이 일반인들을 위해
어떻게 대중적 활동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 그저 보통의
취미 동호회처럼 일반적인 관심이라든가 잡담류의, 아니면 신변잡
기의 이야기로 내용을 채워갈 수는 없습니다. 도서관이나 사서들
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몰두하여 전문성을 확고하게 보강하는 것
이 바로 일반인들을 위한 대중화의 길입니다. 다른 전문집단도 마
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에 대해 한국통신 관계자들이 보다 깊은 이
해를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대중화에 성공한 전문집단들도
많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등이 그렇지요. 그것은 그들의 업무영역
이 바로 일반인 개개인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
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과 사서들은 좀 거리가 멀지
요. 여태껏 책 읽지 않아도 성공한 사람이 부지기수고 책 한권 읽
지 않아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고, 도서관에 가서는 그저 영어
책, 수험책 펴놓고 밤새 공부만 해도 아무말 하지 않는 그런 분위
기에서 과연 다른 전문집단과 같은 내용의 대중성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어떻게 하면 도서관과 사서들의 참다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른 결과만을 요구합니다.
어떻게 수십년, 수백년 생각도 해 보지 않고 살던 부분을 단 몇
달만에 열화 같은 성원을 받기를 바랄 수 있습니까? 전 예전에
다니던 직장이 없어지는 과정에서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단견을 가지고 일을 하는가 하는 것을 절실히 느낀 바 있습니다.

(위의 두번째 글과 이어집니다)

이용훈(black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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