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특별전을 관람하다

몽유도원도(夢遊挑源圖)를 보러갔다.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은 없어진 옛 조선총독부 자리에 재개관할 때 보름동안 전시되었다고 하고, 그 이후 1996년 호암미술관이 개최한 '조선 전기 국보전'을 통해서 두 달 간 보여졌다고 하는데, 나는 그 두 번 다 보지를 못했었다. 그 몽유도원도(夢遊挑源圖)가 이번에 다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특별전 : 여민해락(與民偕樂)'에서 다시 한 번 관람객에 선을 보인다고 한다. 나도 어제 추석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 식구들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거의 2시간을 줄 서 기다린 끝에 '1분'간 구경을 했다. 직원들이 자꾸 옆으로 옮겨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유리창에 거의 코를 박고 구경했다. 뭐 그리 대단한 그림이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서 이 그림을 본 것일까?

다들 너무도 잘 아는 사실처럼, 이 몽유도원도는 세종 때 화가였던 안견이 안평대군(安平大君)의 꿈 이야기를 듣고 그린 것이다. 그 때가 1447년.. 그러니까 562년이나 된 그림이다. 그림 크기는 세로 38.7cm, 가로 106.5cm나 된다. 흔히들 말하기를 '견오백지천년(絹五百紙千年)'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종이에 그린 그림이 500년을 넘게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말 가까이에서 보니 너무도 잘 보존되어 있어 그림이 생생하다. 그림에 붙어 있는 여러 사람들의 글씨도 너무도 선명하다. 이렇게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그림은 지금 우리나라에 없고, 일본의 텐리대학(天理大學)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 그림을 보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데, 그 이면에는 도서관이 이 그림 보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침 한 신문에 실린 유홍준 교수 이야기를 들어보면 텐레대학교 도서관은 1980년대 이 몽유도원도의 복제본을 만들었나보다. 10년 전 유홍준 교수가 국제교류재단 위촉으로 해외문화재를 조사하면서 이 그림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도서관이 진본과 복제본을 같이 보여주었는데 전문가인 자신도 구분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텐리대학교 도서관은 웬만한 전시회에는 복제본을 대여해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온 몽유도원도는 진본인가 보다. 그래서 10월 7일까지 9일간만 전시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 꼭 가서 보고자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그 그림 한 장 보려고 여러 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았겠는가. 전시실 안에는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 관람시간을 '1분'으로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래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도 드디어 몽유도원도 진본을 봤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 그림을 보고 쓴 안평대군의 제서와 시 1수, 그리고 신숙주와 정인지, 박팽년, 성삼문 등 23명에 이르는 당대 쟁쟁한 인물들이 쓴 친필 찬문도 너무 아름다웠다.

물론 다른 유물도 대단했다. 이번에는 딱 3점을 보는 것을 목표로 박물관에 갔었다. 몽유도원도가 그 첫째였고, 두 번째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이다. 수월관음도는 고려 때 그려진 불화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40여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단한 유물이다. 이번에 전시회에 선보인 것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투명한 베일과 섬세한 문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든가 화려한 채색법으로 지금 그 그림을 봐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그림이다. 이번에 수월관음도를 본 것을 계기로 예전에 사서 가지고 있는 <고려시대의 불화>라는 책을 다시 꺼내 봤다. 그 책에도 이번에 온 메틀로폴리타박물관 소장 수월관음도 도판이 실려 있다. 새롭다. 수월관음도 바로 오른쪽에는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치성광여래왕림도'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도 처음보는 것이라 새로웠다. 이 그림은 중국 민간신앙인 도교의 칠성신앙을 불교에서 수용하여 북극성을 여래로 여겨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때 그림은 많지만 고려시대 때 그림은 드문 예라고 한다. 지난 4월인가에 양산 통도사에서도 수월관음도 전시회가 있었나 본데.. 되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때 가 보려고 했다가 잊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이 그림 본 것으로 아쉬움을 조금 달래본다. 세 번째는 역시 '천마도'다. 너무도 유명한 유물이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래 전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갔을 때 천마총을 들어가서 모조품을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 오랜 보존처리를 끝내고 드디어 그 모습을 대중에게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유물에 그려진 동물이 천마가 아니라 '기린'일 것이라는 것 때문에 논란이 일어났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것에 대해서 설명문을 걸어 두었다. 자외선 촬영을 한 것을 보니까 그림이 생생하다. 이 천마도도 10월 11일까지 딱 13일간만 선보인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귀중한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100주년 기념전시회는 9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데, 우리나라 근대 박물관 100년을 맞아 박물관과 미술관의 가치와 기능을 국민들과 함께 재 조명해 보는 기회로 삼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우선 급한대로 특별공개된 '몽유도원도'와 '천마도'를 우선 보기 위해 가본 것이고, 이제 남은 특별공개 프로그램인 '석가탑 무구정광대다라니경'(10월 8일-10월 18일, 11일간), 강산무진도(10월 20일-11월 8일, 20일간), 태조 이성계 어진(10월 30일-11월 8일, 10일간)등 3건도 한 번 가 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다 보려면 적어도 2번은 더 가야하겠네. 물론 전체 전시회를 다 둘어보기 위해서 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 보기 힘든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언제 또 직접 이런 유물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 짧은 시간 본 것이지만, 그래서 아쉽지만 또 마음 뿌듯하다. 그리고 식구들이 오랜만에 모여 박물관에 가서 함께 기다리기도 하고 마침 박물관 마당에서 벌어진 이런저런 이벤트도 즐긴 것도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제기 하나 만들었는데, 제대로 만드니 차기도 좋다.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같이 보낸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 한국박물관 개관100주년 기념특별전 관련 홈페이지 바로가기

* 아래 그림은 모두 노컷뉴스 기사에서 가져온 것임.

출처 :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272694